주식 투자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대표적인 공포 요인 중 하나가 인플레이션이다. 물가가 오르면 주가가 급락할 때처럼 자산 가치가 급감하지는 않지만 장기간에 걸쳐 부지불식간에 수익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신호가 나타나면 물가 안정을 지상 최대 목표로 하는 중앙은행이 먼저 이를 주시한다. 그리고 경제 안정을 해칠 조짐이 보이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이나 지급준비율 인상라는 카드를 빼든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시중은행이 예금자에게 제공하는 금리도 상승하고, 시중 자금이 증시보다 금리 상품을 선호하게 된다. 지준율 인상 역시 시중 유동성을 감소시키는 요인이다.
이밖에도 인플레이션은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주식과 채권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하며, 이자 수입을 평가절하 하고,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종목의 주가를 직접적으로 떨어뜨린다.
투자 관점에서 보자면 인플레이션은 그 자체로도 관리해야 할 리스크 요인이며, 더 나아가 변동성이나 투자원금 손실과 같은 구체적인 형태의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 대상인 셈이다.
인플레이션이란 쉽게 말해 공장에서 만드는 상품이나 서비스, 원자재, 임금 등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뜻한다. 1926년부터 2007년 사이 미국의 평균 인플레이션은 3%였다. 하지만 장기 평균은 극심한 물가변동을 반영하지 못한다.
82년 동안 평균 인플레이션은 3%였지만 10년 동안 인플레이션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기간이 존재했고, 특정 기간에는 두자릿수의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리고 독일에서는 이보다 더 극심한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플레이션이 투자 자산에 미치는 영향은 장단기로 구분해 생각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은 포트폴리오의 구매력을 떨어뜨린다. 연평균 인플레이션이 3%일 때 포트폴리오 가치는 약 23년만에 반토막이 된다.
이렇게 볼 때 인플레이션의 파괴력은 시장 급락만큼 강하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볼스록 그 파괴력은 커진다. 투자자가 인플레이션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갖가지 리스크 중 투자 성향이나 목적에 따라 무시하고 넘어가도 될만한 요인이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어떤 투자자든 예외가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현금조차 인플레이션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어떤 자산도 안전하지 않다. 주식은 물론이고 안전자산이라는 국채 역시 실질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다.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높을수록 채권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원자재는 어떨까. 통상 원자재는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자산으로 꼽힌다. 인플레이션 기간에 원자재 가격도 동반 상승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의 핵심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원자재도 인플레이션에 '약한 고리'를 가지고 있다. 원자재는 배당이나 이자와 같은 소득이 없다. 시장 가격 이외에는 어떤 내재가치도 없다는 얘기다. 원자재 가격은 전적으로 다른 투자자들이 가격 전망을 어떻게 내리는가에 달려 있다.
그런데 원자재 시장의 투자자들은 다분히 투기적인 성향을 보인다. 이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매우 높다.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때는 변동성이 더 높아진다. 투자 가치가 가장 높은 시기에 리스크 역시 높아지는 셈이다.
원자재가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헤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투자자들이 흔히 생각하는 금이나 원유 외에도 원자재로 분류되는 상품은 수천 가지에 달한다. 그리고 각 상품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
반대로, 모든 종류의 인플레이션이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가령, 임금에서 촉발된 인플레이션은 원자재 가격을 올리지 않고도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상승시킨다.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는 방법도 결국 포트폴리오 설계와 맞물린다. 인플레이션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포트폴리오란 존재하지 않지만 현명한 투자자라면 염두에 둬야 할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우선 인플레이션은 단기보다 장기 영향이 더 강력하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는 데 비교적 효과적인 자산은 주식이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 가격을 인상할 만큼 경쟁력을 갖춘 기업일 때의 얘기다.
마지막으로, 흔히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채권은 인플레이션에 가장 힘없이 무너지는 자산이다. 매입하는 시점에 쿠폰금리와 만기 수익률이 결정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구매력 감소를 고스란히 반영해야 하기 때문. 다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수익률이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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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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