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금속도 일제히 급락..호재 없는데 악재 몰아쳤으니 일단 빼고 보자..
뉴욕상품시장이 급락했다. 우려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구리와 면화 등 중국 내 원자재 재고가 쌓이고 넘쳐 더이상 사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보도에 상품시장은 아시아장부터 약세를 면치 못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세계은행 및 OECD가 남은 2009년 글로벌 경제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자 시장은 구리를 시작으로 무섭게 팔아치웠다. 그토록 원하던 방향성이 확실히 드러난 하루였으니 망설임 없이 매도 공세를 펼쳤다.
유럽권 CDS(신용부도스왑) 위험이 붉어진 가운데, ECB 트리쉐 총재가 "더 이상 부채발행할 여력이 없다"는 발언까지 쏟아냈으니 투심이 흔들린 건 당연지사다.
6월 독일 IFO 기업경기지수와 4월 캐나다 외국인 투자등은 예상밖의 호전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시장은 이에 관심조차 없었다.
뉴욕증시가 시작하기도 전 이미 배럴당 68달러가 붕괴된 유가는 뉴욕장에서 67달러마저 내줬다.
아시아장 후반부터 장단기물 가격간에 백워데이션현상까지 발생, 급락조짐을 보인 구리값은 결국 5.2%나 폭락하며 상품시장 전반을 끌어내렸다.
유로급락세에 일주일 저점 지지선이 붕괴된 귀금속도 이후 상품시장 급락세와 함께 낙폭을 확대했으나, 제한된 달러반등세에 금은 낙폭을 최소화하는 모습이었다.
로이터-제프리 CRB지수는 전일대비 6.71포인트(2.66%) 245.59포인트를 기록했다.
5월 둘째주 고점부근에서 지지를 받고 있어 기술적 저가매수세 유입을 기대해 볼만 하나 여전히 추가하락 위험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FOMC 및 G20회담에서 갈무리를 짓지 못한다면 5월상승분을 몽땅 반납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증시조정은 언급하면서도 상품에 대해서만은 연내 전망을 상향조정하며 자신감을 표했던 일부 기관들은 할 말이 없어진 상황이다.
◆구리값..심리적 지지선마저 붕괴..비철금속 일제 4%이상 폭락
COMEX 9월만기 구리선물가격은 전일대비 1파운드당 11.75센트(5.2%) 급락한 2.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5월27일이후 최저치다. LME 구리선물 3개월물가격도 톤당 264달러(5.25%) 내린 4761달러를 기록, 5월29일 이후 최저치로 급락했다.
중국이 자국 원자재 재고과잉 상태해결을 위해 원자재 수출관세를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공표하자 시장은 '중국 원자재 사재기는 당분간 힘들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중국의 전략적 구리수입이 상품시장 상승턴의 원동력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시장이 받은 충격을 짐작할 수 있다.
구리값은 이미 5월이후 상승분의 61.8%이상을 되돌림한 상황이다.
뉴욕장에서 달러인덱스가 81선에 걸친 35일 이평선 저항을 돌파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구리를 비롯한 기타 산업용 금속 가격의 낙폭은 확대 일변도를 보였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리값 이외에도 LME 3개월물 알루미늄가격이 5.6%, 니켈 가격이 5.26% 급락했다. 납과 아연가격도 각각 4.54%, 4.82%씩 내렸다.
◆원유 7월물 만기 도래 하락압력 가중.. 6월4일이후 최저
어제가 만기일이었던 NYMEX 7월만기 WTI선물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2.62달러(3.77%) 내린 66.9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2주반 최저치다.
만기일이어서 포지션 청산물량이 몰린데다 펀더멘털상 악재까지 겹쳤으니, 달러강세가 제한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구리값을 따라 급락세를 탔다.
66달러선 지지를 확인하긴 했으나 오늘과 내일 美 주간원유재고량 발표가 예정돼있어서 재고증가가 목격될 경우 62달러까지 낙폭을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 현재 기술적으로 올해 유가 상승분 기준 피보나치팬 38.2% 되돌림선상에 걸린 상황이어서 기술적 저가 매수세 유입에 의해 추가 하락속도는 다소 늦춰질 가능성은 있다.
이미 일변동 기준 MACD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상황이다.
원유가격과 함께 가솔린과 난방유도 각각 3.36%, 3.31%씩 급락했다.
◆금 1.6%↓ 낙폭 제한적 vs 팔라듐 5% 폭락
달러반등 및 상품가격 급락에 일제히 급락세를 탔지만 품목별로 낙폭은 상이했다. 뺄 때 빼더라도 지킬 것은 지키자는 심리의 반증이다.
COMEX 8월만기 금선물가격은 전일대비 온스당 15.20달러(1.6%) 내린 921달러를 기록했다. 4월27일 고점인 920달러 지지는 확인했지만, 시장이 5월 상승분을 모두 반납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경우 금값이 또다시 900선대 초반까지 밀릴 가능성도 있다.
금값 하락이 제한적이었던 것은 그나마 금의 산업용 수요가 적고, 세계은행발 글로벌 증시조정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금에 비해 산업용 수요가 큰 팔라듐은 구리값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낙폭이 심했다. NYMEX 9월만기 팔라듐선물가격은 전일대비 온스당 12.25달러(5%) 하락한 233.9달러를 기록했다.
이밖에 은과 플래티늄 7월물 선물가격이 각각 3.5%씩 하락했다.
◆커피값에서 반등 힌트 얻을까
대부분 품목이 일제히 폭락의 소용돌이에 휩쓸렸지만, 먼저 폭락을 경험한 커피값은 오히려 반등했다. 5월이후 줄곧 박스권에 갇혀있는 설탕가격도 커피값과 함께 반등했다.
이미 많이 내렸으니 FOMC를 기다려보자는 심산이다.
ICE 9월만기 커피선물가격이 전일대비 1파운드당 0.75센트(0.63%) 오른 1.2045달러에 거래됐고, 7월만기 설탕선물가격도 0.7센트(0.47%) 오른 15.04센트를 기록했다.
이미 5월 상승분의 대부분을 반납한 커피값의 움직임을 통해 '5월 투자·투기세력 집결에 의한 비정상적 반등 부분만 반환하면된다'는 시장의 조정심리를 읽을 수 있다. 기타 패닉상태에 빠진 상품거래에 던지는 시사점이다.
대두, 옥수수, 밀 등 주요곡물은 일제히 급락했다.
어제 상품시장 내 뿌려진 악재를 모두 흡수한데다 최근 기후여건마저 좋아져 공급차질 우려까지 한풀 꺾인 상황이니 매력이 있을 수가 없다.
CBOT 7월만기 옥수수선물가격이 1부셀당 전일대비 14센트(3.51%) 내린 3.85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주요 곡물 중 최근 매도세가 가장 강한 품목이 옥수수다.
동일만기 대두선물가격이 2.33%, 밀값도 1.7%씩 하락했다.
김경진 기자 kj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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