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과거 아시아에서 잘 사는 나라로 꼽혔던 싱가포르는 지고 있는 반면 인도네시아는 뜨는 해로 평가받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4개국을 지칭하는 BRIC에 인도네시아를 더한 BRIIC를 제안했다. 그만큼 인도네시아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것. 모건스탠리는 지난 12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인도네시아 경제가 올해는 3.7% 성장하는 데 그치겠지만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오는 2011년까지 7%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안정에 따라 투자자들도 몰려들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여기에 도로 및 발전소 설립 등 정부의 340억 규모 인프라 확충 계획까지 더해지며 인도네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이 앞으로 5년간 60% 늘어난 800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인도네시아가 동남아시아 국가 중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올해 인도네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4%로 잡았다. 또한 IMF는 주요 20개국(G20)의 재정상황 보고서에서 인도네시아가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로 재정 형편이 좋은 것으로 분석했다.
인도네시아의 올해 1·4분기 GDP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1.6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의 마이너스 3.6%에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 낙관적인 경제 성장 전망에 힘입어 인도네시아 증시도 지난해 말 저점 대비 이미 76% 올랐다.
이렇게 뜨고 있는 인도네시아에 비해 싱가포르의 추락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싱가포르는 올해 1분기 GDP 증가율이 연율 기준으로 마이너스 14.6%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의 마이너스 16.4% 보다는 약간 나아진 수치긴 하지만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 이래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올해 GDP 증가율이 마이너스 9%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IMF는 마이너스 10%로 전망했다.
싱가포르의 이같은 침체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수출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대표적 수출국으로 꼽히는 싱가포르의 GDP 대비 수출 비중은 234%로 수출 규모가 GDP의 두 배에 달한다. 싱가포르의 4월 석유를 제외한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19.2% 감소했다. 이로써 싱가포르의 수출은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 1월에는 사상 최대 감소폭인 34.9%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1분기 지표들이 지난해 4분기에 비해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자 싱가포르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업률의 계속된 상승세 등을 감안할 때 싱가포르 경제가 쉽게 회복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버시 차이니스 뱅킹의 셀레나 링 채권 리서치팀장은 "싱가포르 경제가 지난 분기에 바닥에 도달한 것으로 보이지만 회복의 신호는 아직 더 기다려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라비 메논 싱가포르 무역산업장관은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약간의 징후들이 보이고는 있으나 우리가 바닥을 치고 회복을 시작했다는 것은 여전히 확실치 않다"고 진단했다.
송화정 기자 yeekin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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