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현장르포]건설사 비정규직의 '불안한 초여름'

전남 여수의 한 도로건설현장. 건설공사의 하도급업무를 담당하는 K씨가 현장사무실 한켠의 자리에 앉아 근무중이다.

수많은 인력이 투입돼 이곳저곳에서 쉴새없이 돌아가는 현장을 둘러보고 서류를 작성하는가 하면 현장소장에게 수시로 상황을 보고한다.

건설현장 특유의 '불도저 기질'을 소유한 그가 업무를 마치고 저녁무렵 소주 한잔 기울일 때면 웬지모르게 가슴 한 구석이 시려온다. 다름아닌 비정규직이라는 신분 때문이다. 같은 업무를 하면서도 다른 정규직보다 급여가 적고 고용도 불안하다. 1년단위로 계약을 해야하는 그는 사실 1년전 다른 건설현장에서 근무했었다.

그것도 100km 남짓 떨어진 곳에서 이곳으로 이동해 온 탓에 멀리 집에 두고 온 아내와 아들 걱정이 남다르다. 비정규직이지만 이곳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경기도 용인의 아파트 건설현장에 근무하는 L씨도 같은 입장이다. 그는 이 현장 개설 직후 채용됐다.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을 한 덕분에 아파트 완공까지 3년여 동안은 근무가 보장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비정규직법이 채용 2년 후 정규직 전환을 의무화, 2년이 지나기 전 다른 현장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L씨는 "비정규직법이 오히려 비정규직의 고용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는 "비정규직법 도입 당시부터 이런 방식으로는 고용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었다"면서 "2년이라는 시한이 주는 압박감이 크다"고 말했다.

비정규직법 개정을 두고 정부와 여.야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며 난항을 겪자 건설현장마다 비정규직 처리를 둘러싸고 내홍이 심화될 조짐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정규직의 4분의1 정도에 달하는 현장채용 기술자나 계약직 등을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000명의 직원이 있는 대형 건설사라면 이중 1200명 정도가 비정규직이라는 얘기다. 건설현장마다 최저가 낙찰제 등으로 가용예산이 줄어드는 바람에 정규직 투입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린 탓이다.

협력업체인 전문건설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협력업체들 역시 인건비가 많은 정규직은 최소화하고 비정규직을 동원, 현장에 배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결국 비정규직법이 그대로 방치될 경우 제조업 등과 비슷하게 건설업계를 강타하며 현장 인력운용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장채용직으로 투입된 엔지니어나 계약직 디자이너.인터넷관리자 등은 2년 후 정규직 전환이라는 장벽 앞에 가슴졸여야 할 운명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1.2차 구조조정 과정에서 C등급 이하로 평가된 건설사들의 비정규직 설움은 더욱 크다.

감원의 한파를 직접적으로 받아 정규직의 4분의1 안팎이던 비정규직이 급감한 상태다. 1차 구조조정에서 C등급으로 평가된 A사 관계자는 "전체 직원 중 5% 정도만이 비정규직일 만큼 비정규직 감원이 대폭 이뤄졌다"면서 "2년 후 정규직 전환이라는 카드가 유효하다면 그나마 남은 비정규직들은 더욱 불안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 건설업체 인사담당자는 "경기침체에 수익성 악화를 겪는 마당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감당하기 힘들다"면서 "기업이 탄력적으로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안의 당사자인 비정규직도, 기업도 2년이라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이 부담스러워하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의 향배에 건설업계의 이목이 쏠려있다.


소민호 기자 sm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