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다.
개각 등을 포함한 당정청 쇄신론과 국정운영 기조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지만 청와대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국정쇄신론은 특히 여야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학계, 노동계 등으로 점차 확산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등 조문정국 이후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밀리면 안된다' 靑 일단 버티기=청와대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전방위적인 개각 요구에 일단 침묵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 "당은 여론수렴의 창구이고 민심과 접촉하는 접점인 만큼 이런 저런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며 "국정운영의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청와대 입장에서는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생각하고 또 숙고하며 신중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날 마라톤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이 대통령 역시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가장 큰 갈증은 역시 일자리와 경제"라며 "이럴 때 일수록 정부가 중심을 잡고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안보상황도 엄중한 만큼 이럴 때일수록 국민을 바라보고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 공직자의 자세"라고 주문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빗발치는 국정쇄신론과 관련, "이 대통령은 최근 정치권의 여러 요구에 대한 보고를 잘 듣고 있다"며 "청와대의 입장은 '경청과 숙고'의 모드"라고 정리했다. 이러한 청와대의 입장은 당분간은 경제와 안보 챙기기에 전념하겠다는 것. 특히 고유가 우려 속에 회복기미를 보이던 경제 역시 여전히 불투명하고 북한의 추가도발과 6월 중순 한미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이슈가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6월 중순 이후 개각 유력=청와대의 부인에도 개각설은 확산되고 있다.
우선 지난 1.19 개각 이후 국세청장이 5개월째 공석인 데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사퇴하면서 추가 인사수요가 발생했다.
또한 사의를 표명했다가 반려된 김경한 법무장관의 경우 이미 1년 6개월 이상 장관으로 재직한 데다 야당과 시민사회 안팎의 경질 요구가 워낙 거세서 시기가 문제일 뿐 교체는 사실상 불가피하다.
청와대는 이 때문에 개각시기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상황에서 야당과 시민사회 진영의 개각 요구를 수용하면 노 전 대통령 서거 정국에 대한 책임론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돼 이 대통령의 정치적 위상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 당장 개각을 통한 국면전환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효과는 미지수다. 오는 10일 6.10항쟁 22주년과 6.15 공동선언 9주년 등을 맞아 야당과 시민사회 단체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대통령은 당분간 현 정국을 관망하며 6월 중순 미국 순방을 마치고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개각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7.7 개각과 올초 1.19 개각 때와 마찬가지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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