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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구조조정 '재계순위 변동없다'

정부 핵심계열사 팔라 '압박' 불구.. 기업들 알짜계열사 안내놓아

국내 산업지도 재편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됐던 대기업 구조조정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전망이다.

채권단과 9개 대기업그룹(주채무계열)간 재무구조개선약정(MOU)체결이 완료됐지만, 기업들이 알짜계열사 매각을 주저하면서 재계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대통령과 금융당국 수장(首長)들이 연일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강조해왔지만, 대기업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3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ㆍ하나은행ㆍ외환은행ㆍ농협 등 채권단은 금호아시아나ㆍ동부ㆍ동양메이저ㆍ애경ㆍGM대우ㆍ대한전선ㆍ대주ㆍ하이닉스ㆍ유진 등 9개 그룹과 재무개선약정을 맺었다. 이중 동부ㆍ애경ㆍ대주ㆍ하이닉스 등은 작년에도 약정을 체결한 곳이다. 채권단과 9개그룹이 체결한 약정을 살펴보면, 핵심계열사 매각 가능성이 있는 곳은 금호아시아나와 동부 등 소수에 불과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다음달말까지 신규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할 경우 대우건설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조성하는 사모투자펀드(PEF)에 넘기겠다는 내용을 골자로한 조건부 약정을 체결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4월 발표한 재계순위(공기업ㆍ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에서 자산총액 37조5580억원으로 8위를 기록중인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이하 자산총액 9조6000억원)을 계열 분리하면 총자산이 27조원대로 줄어들면서, 물류업계 '맞수' 한진그룹(29조1350억원)에 밀리게 된다. 아울러 금호그룹이 매각을 추진중인 금호생명, 서울고속버스터미날 등도 계열분리가 불가피한 상황을 감안하면 자산감소액은 10조원대를 훌쩍 넘어선다. 이경우 두산(27조3020억원)ㆍ한화(24조4670억원)와 경합을 벌여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재계순위 10위도 장담할 수 없다.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사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풋백옵션을 인수할 신규 투자자 물색작업이 마무리 단계로 계약이 임박한 상태"라며 "대우건설 재매각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호그룹의 의지대로 대우건설을 계속 보유할 경우 순위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재계순위 16위 동부그룹(12조2710억원)은 동부메탈(4500억원) 매각시, 17위 신세계(11조9560억원)ㆍ18위 대림(11조600억원)과 같은 11조원대의 자산을 보유하게 되지만, 역시 급격한 순위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19위 대한전선(8조5770억원)은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한 대한ST에 이어 추가로 비주력계열사 매각에 나선다면, 효성ㆍ오씨아이ㆍ동국제강 등에 밀리며 20위권 중반으로 물러날 수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금융당국이 알짜계열사 매각을 주문하고 있지만, 대기업들이 부동산 등 유휴 자산 매각 중심으로 자구계획을 마련하고 있어 실제 재계 지각변동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과거 대우그룹 사태를 감안할 때, 전부를 다 건지려다 전부를 다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며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자구노력을 하고 아까운 기업부터 팔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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