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이 비상장 계열사인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매각을 추진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우건설 풋옵션 등 산적해 있는 그룹의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26일 복수의 M&A업계 관계자는 "금호가 매각대상 매물 리스트에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올려놓고 매각 시기를 조율중"이라며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 보유한 부동산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많아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금호는 당초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 보유한 부동산중 일부만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조달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소액에 그치는데다 마땅한 인수자도 찾기 힘들어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사업형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이 38.74%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한진이 16.67%로 2대주주에 올라 있다. 이밖에 천일고속(15.74%), 한일고속(11.11%), 동부건설(6.17%) 등이 주요 주주로 등재돼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금호산업이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을 전량 매각했을 경우 1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금액을 산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매각시 최소 1조원 내외는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정류장 매표사업과 부동산 임대 사업을 통해 지난해 258억원의 매출과 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외형상 매출은 보잘 것 없지만 회사가 보유한 서초구 반포동의 터미널 부지는 8만7111㎡의 토지에 공시지가가 8189억원에 달하는 강남 요지의 '금싸라기 땅'으로 꼽힌다. 지난 1975년 고속버스터미널이 들어설 당시만 해도 시 외곽이던 터미널 부지는 서울시가 계속 팽창하면서 30여년만에 강남 중심지로 편입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룹의 전체적인 수익을 위해서 뭐라도 내놔야 하는 상황에서 금호생명을 제외하면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 가장 매력적인 자산"이라며 "그룹에서도 내놓지 않고 싶을 정도로 시장이나 정부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매물"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호산업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매각이 성사될 경우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던 금호그룹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도 어느정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그룹은 최근 계열사들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잇달아 성공하면서 유동성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총 1800억원 규모였던 금호타이어와 아시아나항공의 BW 발행이 성공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는 금호산업이 1000억원의 BW발행에 나서는 등 그룹 전반에 걸쳐 자금조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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