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기세등등했던 코스닥 시장에 노란불이 켜졌습니다. 2004년 4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시가총액 6위의 키움증권이 코스피 시장으로의 이동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코스닥 시장에 속해 있는 데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 '코스닥 대장주'라는 프리미엄을 포기했다는 게 키움증권측 얘기입니다.
외국인이 그간 코스닥 상장 기업의 경우 규모가 작고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외면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올들어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서 7조원 이상을 샀지만 코스닥시장선 6700억원 이상을 팔아치웠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박진형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키움증권이 해외 세일즈에 적극적이었지만 외국인들이 코스닥 상장사 비중을 채울 여력은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며 "키움증권이 코스피로 변경상장하면 외국인 수급 여건은 개선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분명 키움증권에 투자를 했거나 관심을 갖고 있던 투자자라면 코스피행은 반길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반기는 목소리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습니다.
혹시라도 올들어 코스닥 시장이 58.46% 급등한 데 따른 부담을 느끼던 차에 대형주인 키움증권의 이탈 소식이 조정 명분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죠.
'수급 개선 기대감'이란 호재가 펀더멘털을 덮을 만큼 강력하냐는 것도 따져 볼 문제입니다.
지난해 11월 28일 코스피로 이전한 NHN의 현재 외국인 보유 비중은 46.76%로, 1년전인 지난해 5월 13일 외국인 보유 비중 49.27%보다도 2.51%포인트나 낮습니다. NHN 이전 당시 코스닥시장에 있는 탓에 외국인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실제 러브콜은 기대에 못미친 셈입니다.
주가는 기대에 부응했을까요? NHN 주가는 코스피 이전 후 48.80% 올랐지만 이는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 상승률 72.88%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코스피 이전 후 코스피200에 편입돼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도 NHN 주식을 사게 될 것이란 기대감은 컸지만 실제 소득은 거의 없었던 셈이죠.
지난해 코스피로 이전한 LG텔레콤 아시아나항공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지난해 9월 미국발 금융쇼크로 코스피와 코스닥 주가가 모두 곤두박질질 쳤고 업종의 특성 등이 다르다는 점 등을 감안한다면 단순 비교하긴 힘들지만 코스피 이전만이 주가의 부양의 해답은 아닌게 분명합니다.
키움증권 역시 코스피 이전이 외국인 보유 지분 확대, 주가 상승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최대주주 및 국민연금 등 기관이 보유한 지분이 60%를 넘는 상태로,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은 20% 정도에 그칩니다. 유동 물량이 부족하다 보니 주가 변동성도 클 수 밖에 없습니다. 키움증권 최대주주가 최근 2.31%를 장내 매각한 것도 코스피 이전 전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의도에서였을테죠.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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