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업체들이 잇따라 증설에 나서면서 D램에 이어 LCD(액정표시장치)업계에도 치킨게임의 전운(戰雲)이 감도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LGD) 등 국내 LCD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2분기 연속 50%를 돌파하면서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살아남았던 D램 치킨게임이 그랬듯, 이번에도 세계 1,2위를 달리고 있는 국내 빅2 업체가 초반부터 대만과 일본 업체들을 멀찌감치 따돌리면서 일단 치킨게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7일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와 LGD는 대형 LCD 시장에서 각각 28억8100만달러, 25억42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업계 전체 매출 중 각각 28.7%, 25.4%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LGD는 지난해 4분기에도 각각 35억200만달러, 29억73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 전체 대형 LCD 시장 매출의 29.1%, 24.7%를 차지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LGD는 대형 LCD 출하량에서도 각각 올 1분기 2412만4000대(26.4%), 2356만8000대(25.8%)를 기록하며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출하량 점유율 50%를 넘어섰다.
출하량 기준 양사 점유율 52.2%는 애초 업계가 예상했던 올해 평균 점유율 46.5%를 5%포인트 이상 웃도는 수치다. 이에 반해 AUO와 CPT 등 대만 업체와 일본 샤프의 올 1분기 출하량 점유율은 4분기보다 각각 2%포인트 가량 줄었다.
한편, 전세계 LCD패널 업체들은 올 들어 잇달아 설비를 증설하고, 생산량을 증가시키면서 3분기 이후 '치킨게임'이 도래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LGD는 8세대 라인 가동과 두번째 6세대 LCD공장 준공으로 패널 생산능력을 30% 이상 확대했다. 삼성전자도 6월 중 탕정 LCD 사업장의 8세대 2라인 생산 설비를 가동할 예정이다.
이밖에 대만 AUO는 2분기 중 8세대 라인 가동을 시작하고, 샤프도 하반기 10세대 라인을 예정대로 신설할 것으로 전해지는 등 치열한 생산 경쟁에 돌입하면서 '공급과잉에 따른 출혈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업체들의 경우 생산능력을 늘려봤자 1만장 안팎 수준에 그치게 될 것"이라면서 "아직 LCD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지 못한 '성장기 산업'인 데다, 철저하게 시장 규모를 예측한 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치킨게임'을 논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치킨게임= 어느 한 쪽이 포기하지 않을 경우 출형경쟁을 지속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는 게임이론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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