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로 확산중인 신종인플루엔자를 막기 위한 백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6개월 정도면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보건기구로부터 균주가 들어오면 본격적인 백신 개발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신종플루 백신, 어떻게 만드나
플루 백신을 만드려면 우선 균주를 확보해야 한다. 국내 유일한 백신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녹십자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협력기관인 영국 국립생물기준통제연구소(NIBSC)에 균주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앞으로 3주 쯤 후 도착할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보고 있다.
균주가 들어오면 달걀에 넣어 배양한 후, 여러 단계를 거쳐 백신 완제품을 만든다. 백신이 대량 생산되기 위한 각 단계를 모두 거치는 데 4∼6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바라보고 있다.
이미 녹십자는 올 가을 계절독감 시즌에 맞춰 백신을 생산하고 있으므로, 이 생산라인에 '알맹이'만 교체하면 즉각 신종플루 백신 생산체제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복지부, 1인당 14000원 예상
정부는 향후 개발하게 될 신종인플루엔자 백신 총 130만명 분을 확보하기로 하고 추경 예산 182억원을 긴급 책정했다.
총 인구의 2.7% 정도가 맞을 수 있는 수준인데 1명이 2회 접종을 해야 하므로 총 260만 도즈가 필요하다.
가격은 1인 당 14000원, 즉 1회 접종에 7000원 정도로 산정됐다. 일반적인 계절플루 백신 가격에 기준한 것인데 두 백신의 제조비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아직 정부가 녹십자에 공식 생산 요청을 한 바 없고 녹십자도 생산에 돌입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백신가격이나 이에 따른 정부의 비축량은 다소 변동할 여지가 있다.
다만 정부의 판단으로 미루어 볼 때 신종플루 백신의 가격이 일반적으로 접근하기 힘든 수준은 아닐 것이란 관측만 가능한 상태다.
◆계절플루 백신은 포기할 것인가?
문제는 신종플루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지, 즉 더 심해질 지 급격히 안정화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 나라의 백신 생산능력을 신종플루에 '올인'해도 되느냐 하는 점이다.
이런 고민은 한국 뿐 아니라 백신 생산능력이 있는 11개 국가도 마찬가지다. 신종플루에 지나치게 집중할 경우, 올 가을 전세계적인 계절플루 백신 공급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해마다 약 1300∼1400만명분의 계절플루 백신을 확보하는데, 당초 녹십자는 이 중 약 30%(450만명 분)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녹십자가 계절플루 생산량을 줄이게 되면 그만큼 외국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
각 국가들이 '자국 소비량'을 제외한 백신만 수출하도록 허용하고 있으므로, 수급에 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이런 선택이 '과학적인' 근거에 의하는 것이라기 보단 다분히 '사회적인' 분위기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계절플루 백신 수급 문제까지 논의가 확산된 상황은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향후 문제점을 고려해 신종플루 백신 생산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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