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돼지독감 감염 의심 환자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국민적 우려가 더욱 확산될 기미다.
돼지독감은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됐거나, 인류가 대비책을 마련해 놓은 바이러스 질병과 여러 면에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진행상황으로 보아 돼지독감이 조류독감을 능가하는 '재앙'이 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이번 돼지독감 유행이 기존 조류독감과 다른 점은 우선 발생자 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조류독감은 2005년 유행 당시 2년 동안 140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70명이 사망한 바 있다.
하지만 돼지독감은 불과 수일 만에 1000명을 훨씬 웃도는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10% 정도가 사망한 상태다. 발생 양상에 큰 차이가 보인다.
또다른 차이점은 전파 경로다. 조류독감은 조류끼리만 전파되고, 감염된 조류와 접촉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돼지독감은 멕시코 상황으로 미루어볼 때 사람 간 전파가 왕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스 확산과 유사한 양상이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 교수는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으로 인한 대유행을 염려해야 하는 대목"이라며 "변이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돼지독감 바이러스에 대해 집단 면역력이 없는 상태라는 것도 심상치 않은 조짐"이라고 말했다.
돼지독감은 일반 독감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두 독감 모두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돼지독감에는 예방백신이 없다는 게 차이점이다.
타미플루라는 항바이러스 약물이 효과를 보인다는 측면도 하나의 공통점이지만, 돼지독감에서의 타미플루 효과는 일반 독감에서만큼 확립되지 않았다.
김성한 교수는 독감 바이러스 대유행의 주기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러스 대유행은 1918년 이 후 1957년에 한번, 1968년, 1977년 발생했다. 10년 주기인 셈인데, 그 후 약 30년이 되도록 대유행이 생기지 않았다.
때문에 학자들은 '올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식의 '폭풍 전야'를 느끼고 있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그러던 차에 멕시코 사태가 터지면서 학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돼지독감은 다른 종류의 독감과 마찬가지로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므로, 이에 대한 주의도 당부했다.
우선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의 기침이나 재채기를 주의해야 한다. 어느정도 거리를 두면 바이러스가 공기중에 살아남을 가능성이 적어지므로 안전할 수 있다. 특히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좋은 건조한 겨울이 아니란 점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돼지독감 바이러스의 사람 대 사람 전염 가능 기간은 환자가 증상이 생기기 하루 전부터 약 일주일 동안이기 때문에, 이미 감염된 사람과 주변 사람들은 이 기간 동안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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