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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독감 일파만파…국내 소비자 불안감 증폭

돼지독감 공포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서울 잠실에 사는 주부 최모(여ㆍ45)씨는 "돼지독감 바이러스는 섭씨 70도 이상으로 가열해 조리하면 죽는다고 들었지만 여전히 찜찜한 마음"이라며 "더욱이 사망자와 감염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당분간 돼지고기 소비를 줄이고 사태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산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시중 음식점의 표정도 어둡다. 돼지 인플루엔자 사태가 일찍 해결되지 않고 지금처럼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경우 제2의 조류 인플루엔자 사태가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대한양돈협회 돼지고기 일자별 시세인 지육시세가 24일 1kg당 4929원에서 27일 4663원으로 떨어지면서 걱정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요 감소가 이미 시작됐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울 연신내에서 돼지고기전문점을 운영하는 정모(남ㆍ44)씨는 "어제까지 매출은 평소와 거의 비슷해 아직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뉴스를 통해 사태를 지켜보고 있으며 이번주가 큰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산 돼지고기를 판매하고 있는 업체들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국내산 '봉침돈(豚)'을 판매하는 삼겹살전문점 떡쌈시대 관계자는 "돼지독감의 불똥이 어떻게 튈지 안심할 수 없다"며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국내산을 사용한다는 홍보를 더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입산 돼지고기 유통업체들도 매출 감소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경기불황과 고환율로 매출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돼지독감으로 소비가 더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돼지독감 전염은 먹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것인데 소비자들이 이러한 내용을 정확하게 인식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햄제품 '스팸'을 판매하고 있는 CJ제일제당 관계자도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소비가 부진해 식품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번 돼지 인플루엔자로 육가공품 소비가 더욱 악화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했을 당시 섭씨 75도 이상에서 5분 이상 익히거나 튀겨 먹으면 안심해도 된다고 했지만 닭고기 오리 업계는 소비 부진에 따른 극심한 매출하락으로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 사태 때 대형 슈퍼마켓에서 근무했던 장모씨는 "하루에 10마리 정도 판매되던 닭고기가 3~4마리로 급감할 정도로 타격이 컸었다"며 "소비 촉진을 위해 안전성에 대한 홍보도 하고 가격을 내리기도 했지만 정상화되는데 한달 가까이 걸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돼지 독감 소식이 알려진 지난 주말 닭고기와 오리고기 매출은 평상시 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치킨 전문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는 지난 25~26일 이틀간 전주 동기 대비 11.3%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또 GS홈쇼핑에서는 주말에 방송한 국내산 오리고기 제품이 돼지고기보다 더 큰 판매고를 올렸다.

제너시스BBQ 관계자는 "지난 주말 우천으로 인해 배달 주문량이 많았던 것도 있지만 돼지독감 여파로 대체 음식인 닭고기 매출이 평소 주말 매출보다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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