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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관악산 연주암에서 본 경제

시계아이콘01분 32초 소요

관악산 연주암 정상.


조선시대 초기 창건한 고찰 연주암은 관악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1983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벌써 26년째입니다. 그날도 점심 공양을 챙기기 위해 수많은 등산객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점심 공양을 챙기는 보살들의 손길이 바쁩니다. 공양을 끝내고 쉬고 있던 그들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경제에 대해 뭘 알겠냐마는 실업자가 늘어나서 그런지 요즘 들어 산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어. 1년 전에는 하루에 500그릇 정도 나갔는데, 요즘엔 700개가 넘어. 예전에는 한눈에 봐도 실업자 같은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요즘은 구분이 잘 안 돼. 사람들이 구조조정이나 명퇴 같은 것에 점점 익숙해지는 모양이야.”


3.5평 삶의 공간 택시. 저축은행 최고경영자 출신의 택시기사 김기선(66)씨는 타는 손님마다 한숨을 내 쉰다고 안타까워합니다. “손님 한숨소리를 들으면 애간장이 탑니다. 경기가 회복되느니 마느니 하는데 경기가 살아난다는 건 정치인이 만든 허상이지요.”

예전에는 정치인들을 화제에 올리며 입담을 자랑하는 고객들도 많았는데 요즘 승객들은 정치를 잊었다고 합니다. “초조한 기색의 중소기업 경영자를 태웠더니 빨리 은행으로 가자고 하더군요. 어음을 할인해 직원들 월급을 줘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어제 태운 승객은 ‘전날 해고됐다’며 해고 사실을 담담하게 털어놔 짐짓 당황했습니다. 손님 중에 졸지에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하루에 꼭 2~3명은 있습니다. 하루에 평균 25~35명 정도의 손님을 태우지만 불황이 닥친 후 장거리 손님이 끊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하루 벌이가 13만원 안팎에 불과합니다.”


일산에 위치한 인력시장. 5시30분 이른 시간에 이미 20~30명이 나와서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웁니다. 특이한 건 20~30대 청년 백수가 많다는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막노동을 해왔다는 류모씨는 “일감은 줄어드는데 인력이 늘어나 사는 게 힘들다”고 하소연합니다. “요즘엔 40세만 넘으면 이곳에서도 나이가 많은 축에 들어요. 학력 인플레도 심해 대졸자와 전문기술인력도 수두룩합니다. 예전 같으면 사무직에 근무할 사람들인데 세월을 잘못만나 고생하고 있는 거지요.”


경기에 대해 하도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아 기자들을 현장에 투입해봤습니다. 관악산 연주암에서 강남 술집까지 발로 뛰며 둘러보니 체감경기는 아직 냉랭했습니다. 강남 룸살롱도 상위 10%만 먹고 살지 나머지는 죽을 쑤고 있다고 합니다. 대기업 부장에서 술집 부장으로 전직(?)한 사람도 많다는 군요.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것이 있었습니다. 살기가 힘들고, 세상이 미워도 마음속 깊은 곳에 희망을 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평일에 산을 오르는 해직자도, 하루 13만원을 벌기 위해 운전대를 잡고 있는 기사도, 새벽부터 일자리를 얻기 위해 인력시장에 나온 노동자도, 고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장안평 중고차시장 사장님도 자그마한 것에 행복을 느끼며 지금보다 나을 것 같은 미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마음속에 인생의 행복이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 개그맨 심현섭 씨가 말했습니다. “하루에 3억원을 벌어봤지만 그땐 행복을 몰랐다”고. 경기가 V자로 회복되면 행복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경기가 L자로 간다고 불행하겠습니까. 그건 아니겠지요. 마음의 행복은 경기와 무관한 것 같습니다. 1주일만 지나면 5월입니다. 잔인한 4월을 보냈으니 화창한 5월을 맞을 준비를 해야죠. 마음속에서 행복을 키워나가십시오. 그러면 삶도 당신 편이 될 것입니다.






이코노믹리뷰 강혁 편집국장 kh@ermedia.ne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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