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는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3대 자동차 회사 크라이슬러에 대한 파산신청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이 문제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인사를 인용,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청 시기는 빠르면 다음 주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는 미국자동차노조(UAW) 측과 크라이슬러가 파산하더라도 은퇴자 연금 및 의료 보험 혜택은 보호할 것이라고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NYT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피아트가 파산 보호신청 하에서 크라이슬러와의 제휴를 계속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따라서 남아있는 유일한 문제는 크라이슬러 채권단과의 채무 출자전환 협상이 된다. 채권단이 보유한 69억달러 수준의 채권에 대해 정부측은 채권총액의 22%에 해당하는 15억달러의 보상과 5%의 크라이슬러 주식 지분을 제공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 초 채권단은 채권총액의 65%에 해당하는 45억달러를 보상하고 40%의 크라이슬러 주식 지분을 요구했었다.
만약 정부와 크라이슬러의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심각한 법정 다툼으로 비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채권단 측은 이미 공장과 브랜드, 장비 등의 자산을 담보로 확보해 두고 있어 정부의 구제금융 공적자금보다 선순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파산 신청 가능성은 극도의 매출 부진에 시달리던 지난해 가을부터 계속 제기돼 왔다. 이와 함께 재무부는 또 GM의 파산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크라이슬러가 파산 신청을 하게 되면 이는 GM의 파산 조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크라이슬러의 구조조정 최종 시한은 이달 말까지로 불과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재무부가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 하에서 자금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는 가정이 가장 유력한 상황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한편 이에 대해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재무부가 파산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채권단에게 압력을 넣어 부채를 축소하기 위한 카드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NYT의 보도가 나온 뒤 미 정부 관계자는 "이같은 협상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내용은 가정에 불과하다"고 일축한 뒤 "정부는 모든 내용을 검토하고 있지만 크라이슬러와 피아트간 제휴라는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무부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했다.
노종빈 기자 unt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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