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의 입김은 역시 달랐다.
2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뱅크오브뉴욕멜론에서부터 캐터필러에 이르기까지 개장 전 발표한 기업들의 초라한 1분기 실적과 향후 전망이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면서 초반에는 급락장을 우려할 정도였다.
하지만 오전 장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한 마디에, 전날에 이어 잔뜩 위축돼 있던 금융주들이 기지개를 켜면서 초반의 부진을 모두 상쇄했다. 결국 오름세로 마감은 했지만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투자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대가로 전날에 이어 8000선 회복에는 실패했다.
다우 지수는 전일 대비 127.83포인트(1.63%) 상승한 7969.56, S&P 지수는 17.69포인트(2.13%) 오른 850.08, 나스닥 지수는 35.64포인트(2.22%) 뛴 1643.85로 거래를 마감했다.
◆ 흑기사 가이트너 = 이날 가이트너 장관은 미 의회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 감독위원회 증언을 통해 "미국 은행 대부분이 필요한 것 보다 더 많은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뒤 "신용경색도 완화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은 보수적으로 평가하더라도 은행 구제에 필요한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이트너 장관의 발언 직후 금융불안이 수그러들면서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금융주의 주도로 오전 한때 1% 안팎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은행 가운데선 뱅크오브뉴욕멜론(-0.18%)과 키코프(-4.73%)를 제외하고 스테이트스트리트(+17.94%), US뱅코프(+20.89%), 코메리카(+15.91%) 등 은행주들이 폭등세를 나타냈다.
◆ 초라한 실적, 금융주에 묻혀 = 캐터필러(+2.99%), 듀폰(+4.94%), 머크(-6.66%), 코카콜라(-2.80%) 등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은 금융주에 파묻혀 상승폭을 줄이는데 그쳤다.
이날 개장 전 세계 최대 중장비 메이커인 캐터필러는 16년 만에 첫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캐터필러는 1분기에 1억1200만달러(주당 19센트)의 순손실을 기록 했다고 밝히는 한편 주당 순익 전망치도 지난 1월 발표 당시 2.5달러에서 1.25달러로 대폭 하향했다.
코카콜라는1회성 항목을 제외할 경우 순익이 시장의 전망치와 부합했지만 구조조정 비용과 자산 상각 여파로1분기 순익은 13억5000만달러(주당 58센트)로 전년 동기의 15억달러(주당 64센트)에 비해 1억5000만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제약업체 머크의 1분기 순익은 14억6000만달러(주당 67센트)로 전년 동기의 33억달러(주당 1.52달러)에서 57% 감소했다고 21일 발표했다. 1회성 항목을 제외할 경우의 순익은 주당 74센트를 기록해 전문가들의 전망치인 78센트를 밑돌았다.
미국 3위 화학업체인 듀퐁의 1분기 순익은 시장의 예상을 웃돌았지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협상설이 다시 피어오르면서 각각 5.27%, 1.93%의 급등세를 보였다.
제너럴 모터스(GM)는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특별 감찰관이 보고서에서 재무부가 GM에 50억달러의 추가 지원을 제공한다고 밝힘에 따라 2.41%의 급등세를 나타냈다.
앨라배마 소재 모건자산운용의 발터 벅키 헬윅 자산운용 담당은 "가이트너의 발언으로 투자자들이 증시로 돌아왔다"며 "전날 스트레스 테스트 및 은행들의 추가 자금조달에 대한 공포가 진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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