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나홀로 가격 인상'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 대표 이성욱)가 지난 1일 국내에 유통되는 휴대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와 플레이스테이션3(PS3)의 가격을 각각 4만원씩 인상키로 한 이후 국내 게임기 시장이 닌텐도와 마이크로소프트(MS) 2강체제로굳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소니가 게임기 가격을 올리기로 한 후 사용자들의 불만이 매우 거세 PSP와 PS3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니는 이미 지난 11월 가격을 한차례 인상했으며, 이후 5개월만에 PSP를 22만8000원에서 26만8000원으로, PS3는 44만8000원에서 48만8000원으로 각각 가격을 인상했다. 원 엔 환율 상승과 역수출 등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 소니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소니가 국내 게임기 시장에서 그다지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지 못하는데다 경쟁사들의 가격 변동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비디오형 게임기 시장의 경우, 닌텐도의 가정용 게임기 위(Wii)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비디오게임기 Xbox360이 30~40%대 점유율을 차지하는 반면 PS3의 시장 점유율은 18~20%에 불과하다.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서도 닌텐도DS와 PSP의 시장점유율 차이는 2배에 이르고 있다. 이는 소니의 게임기들이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지속적인 가격 인상도 점유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소니의 PS3나 PSP보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닌텐도와 한국MS는 원 달러 환율과 원 엔 환율이 치솟고 있음에도 불구,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닌텐도는 지난해부터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혀왔으며, 한국MS는 오히려 지난해 5월 가격을 인하한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으로 소비자 혜택을 더욱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배경을 감안할 때 소니의 게임기들이 국내 시장에서 더욱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 관측이다. 닌텐도와 한국MS의 2강체제가 더욱 뚜렷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게임기 관련 커뮤니티와 쇼핑몰 등에서는 이미 소니의 게임기를 구입하는 가격으로 X박스360과 게임 소프트웨어를 함께 구매하는 편이 낫다는 글까지 쏟아지고 있다. 또한 중고시장도 영향을 받아 중고 게임기의 가격도 오르고 있어 소니는 신규 시장이나 중고시장에서 모두 새로운 사용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실제로 소니가 잇따른 가격인상과 킬러 게임 부족으로 고전하고 있는 동안 닌텐도 Wii는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쉬운 게임기라는 점을 내세워 시장을 넓혀가고 있고, MS의 Xbox360은 저렴한 가격과 330개가 넘는 게임 소프트웨어를 앞세워 시장 우위를 더욱 굳히고 있다.
한 게임전문가는 "역수출 등의 현상때문에 왜 소비자가 손해를 봐야하는지 모르겠다"며 "기업이 입는 피해를 줄이고자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업체의 제품은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함정선 기자 m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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