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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울인] 고(故) 김수환 추기경 염한 김종호 씨

"김수환 추기경님의 마지막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김종호(59ㆍ사진) 천주교 서울대교구 연령회연합회장은 지난 2월19일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 자리를 지켰다.

김 추기경의 염을 김 회장이 직접 했다. 잠든 듯 누워 있는 김 추기경은 편안해 보였다.

염을 하던 김 회장의 눈에 추기경의 감긴 눈이 자꾸 들어왔다. "각막을 떠나실 때도 기증한 모습을 보고 새삼 사랑이 뭔가를 알았다. 추기경이 남기신 '사랑하세요'도 그런 뜻이 아닐까."

김 회장은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떠나시는 순간에 함께 해 영광이었다"고 회상했다. 염을 할 때는 주교들을 포함해 천주교 관계자들이 미동도 않고 지켜보는 가운데 봉사자 3~4명만 움직였다. "움직이는 건 우리밖에 없었다"던 김 회장은 "시신을 묶을 때 쓰는 끈조차도 두 손으로 받쳐 고이 들어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민들의 조문 행렬을 보면서 그 분의 사랑과 그늘이 크다는 걸 알게 됐다"며 "차가운 곳에 모셔서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우리와 함께) 언제나 살아계실 것"이라던 김 회장의 눈가는 붉어졌다.

김 회장은 식당을 운영한다. 천주교 연령회에 속해 10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지금은 연합회의 회장 일을 맡고 있다. 연령회는 죽은 사람들을 염습(죽은 사람의 몸을 씻긴 뒤 수의를 입히고 염포로 묶는 일)하거나 기도문을 읊어주는 봉사를 하는 단체다. 그가 떠나 보낸 사람만 250여명에 달한다.

김 회장이 처음 이 일을 시작한 건 목동 교구 신부의 권유 때문이었다. "솔직히 처음엔 겁이 났다. 죽은 사람은 나쁜 병을 감염시킬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참고 견디다 보니 두려움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일화를 소개했다. 2005년 어느날 한 여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가 김 회장님의 임종기도를 듣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목동에 있는 집에 찾아갔다. 전화를 걸었던 딸은 수녀였다. 임종을 앞두고 있다는 아버지는 간이침대에 상체를 세우고 앉아있었다. 죽음을 앞뒀다고 믿기지 않았다. "몸이 아파누워 있는…"하고 기도를 시작했다. 원래는 "이제 세상을 떠나려고 하는…"으로 해야하지만 죽을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기도문을 살짝 고친 것이다.

20여분이 지나면서 서서히 동공이 풀려갔다. 직감한 김 회장은 아버지를 누이고, 다른 가족들이 마지막 화해의 시간을 갖도록 했다. "아버지 그 동안 속 썩인 거 용서하세요, 이제라도 잘 할 게요" 가족들이 귀에 속삭였다. 눈을 감고 임종을 맞고 있던 아버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청각은 사람이 죽는 순간,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기관이라고 한다. 곧 임종의 시간이 다가왔다. 김 회장은 "숭고했다"고 당시 소회를 밝혔다.

"그 때부터 죽음을 맞는 당사자와 가족들이 화해하고 용서할 시간을 만들려고 한다. 나도 죽을 때 그렇게 의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싶다. 마지막 순간을 볼 때마다 겸손함을 배운다. 김 추기경께서도 그걸 가르쳐주고 떠나셨다."

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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