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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울인]"난 덕수궁 수문장"

"남들 앞에 서는 게 가장 떨려요"

서울 시청 뒷편에서 김기태(25)씨는 수염도 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조선시대 종 6품 무관복을 입고 의자에 앉아 있는 김 씨의 현재 직업은 덕수궁 수문장이다.

김 씨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서울시청에서 덕수궁을 오가면 수문장 교대식을 치른다. 덕수궁 앞에서 15분 가량 진행되는 식을 끝내고 10분정도 쉬고는 다시 취타대와 수문군들을 이끌고 교대식을 치르러 덕수궁 앞으로 간다.

식이 끝나고 그는 약간 멋적은 표정으로 외국인들에 둘러싸여 사진을 찍었다. 일본인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가끔 어린애들이 칼집에서 칼을 뺀다든지, 수염을 잡아당긴다든지 해요."

가장 난처할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그는 아이들의 장난을 첫째로 꼽았다. 그러나 외국인들도 만만치 않단다. "가끔 영어로 뭔가 계속 말 하는 외국인들이 있는데 그럴 때는 고개만 끄덕끄덕하지요."

지난해 6월 제대를 하고 인터넷으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다 수문장이 됐다. 월급은 130만원 가량. 서울시 공무원은 아니다. 홍보업체 예문당에서 서울시의 의뢰를 받아 주관하고 있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는 공익근무 요원들이 거행했지만 '군기'가 빠져보인다는 지적에 지금은 전문업체가 맡아서 하고 있다.

절차를 다 외우는 데 이주일 정도 걸렸다. 북을 치는 엄고수가 세 번 북을 울리고, 수문장들이 군호로 서로 응대하고, 궁궐열쇠가 든 함을 건네받고, 부신과 부합을 주고받는 등의 복잡한 의식을 거치는 교대식을 김 씨는 빨리 배웠다. 그 덕분인지, 깃발을 들던 김씨는 곧 수문장이 됐다.

윤상기 예문관 부장은 "수문장의 경우는 키와 체격 등을 함께 고려한다"고 말했다. 구령을 붙이는 '참하'는 목소리가 좋아야하고, 취타대는 전문 국악 연주 실력이 있어야 한다.

부모님들은 직접 현장에서 보시고 "박수도 가장 열심히 치셨다"면서 스스로 자랑스러워 했다. "인터넷에 동영상이 있으니까 한 번 보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앞으로는 컴퓨터 그래픽분야에 뛰어들 생각이다. 수문장 일이 끝나면 서울시립직업학교에서 야간과정을 다녔다. 3월에 수료했고 이젠 그곳 일을 도와주고 있다.

마지막 교대식을 마치고 하루 일과가 끝난 뒤에 다른 동료들과 함께 떠나지 않고 소파에 기대앉아 행사 연출을 담당하는 윤 부장의 말을 들었다.

"오늘 보니까 깃발 똑바로 안 세우고 있어, 내일도 9시부터 나와서 연습 똑바로 해. 그리고 봄이니까 악세사리 같은 거 없이 단정하게 다니도록."

"감사합니다"하는 구령소리와 함께 일제히 일어서며 김씨는 어느덧 야간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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