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 지표가 호전되자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 있다는 기대가 번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금융권 부실 문제와 맞물려 있어 거래 회복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미국 주택시장의 추세적 회복을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거래가 늘어났지만 가격 하락과 재고 증가로 미루어 볼 때 시장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뤘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 여기에 실물경기 악화가 여전하다는 점도 주택시장을 낙관하기 힘든 요인이다.
◇ 가격 하락·재고 증가 '부담' = 거래 건수가 늘어났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이다.
정상적인 거래가 아니라 압류 위기에 처하거나 대출 원리금이 연체돼 급매로 팔아치운 주택 거래 건수가 전체 거래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거래 건수와 함께 재고 물량도 동반 증가한 것.
퀴큰 론스의 최고경영자 빌 에머슨은 "그동안 시장 침체로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데다 저금리가 맞물린 데 따라 2월 주택 거래가 급증했다"며 "거래가 늘어난 것은 분명 긍정적인 조짐이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고 물량"이라고 지적했다. 주택 재고 물량이 감소해야 비로소 주택 경기의 바닥을 장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기존 주택 재고가 5.2% 증가한 데 이어 재고 물량은 당분간 증가 추이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수 개월 동안 수십 만 건에 달하는 주택 압류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택 가격 하락과 재고 물량 증가를 부채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모기지 금리 하락 미미 = 주택 거래와 가격 추이가 제자리를 찾으면서 금융권 부실 해소로 이어지려면 모기지 금리 하락이 전제돼야 한다.
NAR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렌스 윤은 "시장 관계자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격적인 양적 완화 정책이 모기지 시장의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FRB는 대규모 장기국채 매입을 통해 모기지 금리를 떨어뜨리고 더 나아가 신용 경색을 풀겠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프레디 맥에 따르면 2월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평균 5.13%를 기록했다. 이는 1월 5.05%에 비해 0.08%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인사이트 이코노믹스의 애널리스트인 스티븐 우드는 "대출 금리를 포함한 모기지 조건이 완화되지 않고 있는 데다 재고 물량이 감소하지 않아 주택 시장이 추세적인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모기지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신용 시장이 여전히 교착 국면인 데다 기업 감원이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 실물경기 악화 여전 = 실물 경기가 여전히 하강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주택 경기의 추세적 반등을 장담하기 힘든 이유다.
기업 실적 악화로 인한 고용 한파와 실질임금 감소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이다. 최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올해 세계 경제가 60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등 실물경기에 대한 전망은 아직 흐리기만 하다.
미국 정부가 주택 압류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경기 후퇴로 인한 고용 불안과 소득 감소는 결국 주택 시장의 숨통을 조일 수밖에 없다.
지난 2007년 경기 후퇴가 본격화된 이후 440만 명에 달하는 실업자가 속출했다. 지난 7일 기준 4주 평균 신규 실업수당신청 건수는 65만1000건을 기록, 고용 악화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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