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동부하이텍을 살리기 위해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에 계열사인 동부메탈 지분 인수를 요청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18일 “지난해부터 동부메탈 지분 매각을 진행해 왔으며 이런 작업의 일환으로 산업은행과 금융기관에 지분 인수를 요청했다”면서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협상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동부메탈은 지난해 동부하이텍의 합금철 사업부를 분할해 설립한 회사로 동부하이텍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신일본제철 JFE 등 세계 유수의 철강회사들을 장기 고객으로 확보한 이 회사는 국내 합금철 시장의 50%를 점유하며 지난해 4500억원의 매출 및 1593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린 우량 기업이다.
동부하이텍은 40~50%의 동부메탈 지분을 산업은행 및 금융기관에 매각해 5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지분 매각 후에는 증시 상장을 통해 금융기관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동부그룹이 동부메탈 매각을 추진하는 이유는 채권단과의 재무구조 약정 시한이 올해 말로 다가오고 있지만 재무개선 노력이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부그룹은 지난 2002년 아남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수조원대의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자금 조달을 위해 동부는 2004년 산업은행 등 14개 금융기관으로부터 1조200억원과 1억5000만달러를 빌렸지만 대만업체들에 비해 부족한 생산 기반 및 반도체 사업의 불황까지 겹치면서 만성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2007년 동부한농과 당시 동부일렉트로닉스를 합쳐 동부하이텍으로 합병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2007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대출계약을 5년 연장하는 조건으로 자산매각을 통해 지난해 6500억원,올해 2500억원을 마련해 부채비율을 300% 수준으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동부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동부메탈 매각을 시작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작업이 차질을 빚으며 자구방안 이행금액이 4100억원 수준에 그쳤고, 채권금융기관은 자구방안의 이행시기를 올해말까지 연장해 놓은 상황이다.
동부하이텍은 동부메탈 지분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반도체사업부를 아날로그 파운드리와 믹스드 파운드리 등 고부가가치 사업구조로 재편,손익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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