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휴대폰에 GPS 탑재 의무화 검토..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오남용 우려 제기
온 국민을 경악케하는 강력사건이 최근 잇따라 발생하자 정부가 위성으로 휴대폰의 위치 추적을 가능토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휴대폰 위치 정보를 경찰이 손쉽게 열람토록 하려는 국회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행보가 강력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112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는 것만으로 경찰의 발신자 위치 추적이 가능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개정안은 범죄사고 피해자나 목격자가 112에 전화를 하면 발신자의 위치가 이통사업자를 통해 경찰에 제공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지금은 납치 등 사건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찰이 법원이나 검찰의 허가를 통해 이동통신사로부터 발신자의 위치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므로 초동수사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방통위는 위치추적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휴대폰에 GPS 기능을 탑재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개정안에서 위치 정보의 정확성을 높이는 방안을 방통위가 고시하도록 명시해놓음으로써 GPS 탑재 등의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측은 "GPS는 발신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줘 사건 수사의 효과를 높이게 될 것"이라며 "최근 출시되는 휴대폰은 GPS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제품이라도 GPS 안테나를 탑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사용자가 원치 않을 경우, GPS 기능을 끄도록 하는 옵션도 추가할 방침이다. 하지만 실내에서는 GPS 수신률이 현격히 떨어지는데다 GPS 기능 탑재로 휴대폰 단말기 가격이 상승해 소비자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방통위와는 별개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도 경찰이 위급상황 발생시 휴대폰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이통사들로부터 손쉽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여야 의원 25명이 서명해 변재일 의원(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위치정보보호법(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다음달 3일 문방위 소위 심사를 거쳐 4월 정기 국회 통과를 노리고 있다.
변재일 의원측은 "개정안은 경찰이 위급상황 발생시 검찰이나 법원을 거치지 않고 휴대폰 위치정보를 이통사에 직접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경찰의 개인정보 오남용을 막기 위해 고유 접수번호를 발급토록 하는 내용도 포함토록 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휴대폰 등록시 사용자는 자신의 위치정보를 제공해도 좋다는 동의 아래 고유 접수번호를 등록해놓는다. 이어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사용자는 휴대폰의 긴급단축 버튼을 눌러 사전에 정해놓은 보호자나 배우자 등에 위험을 알리는 문자를 전송한다. 그러면 문자 수신자는 112에 신고를 하고 경찰은 이 고유접수번호를 이통사와 비교해 장난 전화가 아님을 확인한 뒤 이통사로부터 위치 정보를 제공받아 수사에 나서는 것이다.
변의원측은 "고유접수번호 등록과 긴급 문자 전송 등의 절차를 거쳐야 경찰이 위치정보를 제공받기 때문에 개인정보에 대한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며 "소프트웨어로 긴급 단축 버튼만 지정하면 되므로 사회적 비용도 추가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법 개정 움직임은 경찰이 휴대폰 위치정보를 빠르게 확보해 범죄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면서 "다만, 개인정보가 남용되지 않도록 안전장치가 확실하게 마련돼야 위치정보 제공의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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