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미루다간 비용부담 등 되레 낭떠러지 우려
신형 에쿠스 미리공개... 라세티 디젤 본격 수출
"소나기를 피하다가는 우박을 맞는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초유의 위기가 덮쳐오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은 신차를 통한 바람몰이에 주력하고 있다. 가급적 시장 상황이 좋을 때 신차를 내놓는 것이 정석이라면 이를 위해 출시 일정을 조정할 법도 하지만 일정을 미루다가는 오히려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절박한 입장이다.
내수시장서 판매가 줄어든다고해서 물러나는 완성차업체는 하나도 없다. 현대차는 내달 11일께 출시가 예정돼 있는 에쿠스를 미리 언론에 공개하고 수입차들과의 비교시승회를 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렉서스 등 동급 대형 세단과의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는 성능을 뽐내면서 이미 대기수요자들의 기대가 치솟고 있어 내부적으로 적잖이 만족하고 있다. 기아차 역시 내달 출시될 새 SUV XM(프로젝트명)의 디자인을 공개했다.
유동성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는 GM대우는 야심작 라세티프리미어의 수출에 본격 돌입했다. 특히 이달 초 출시된 라세티프리미어 디젤 모델은 가솔린 모델에서 지적됐던 출력 부족과 연비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워크아웃 신청 중인 쌍용차 역시 신차 C200을 통해 내수시장에서 화려한 재기를 꿈꾸고 있다. 쌍용차는 2000cc급 SUV인 C200을 하반기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부품 조달이 원활치 않아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신차 출시일정만은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쌍용차의 설명이다.
시장 상황이 좋을때 신차를 출시해 판매에 탄력을 받는 것이 완성차 업체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들은 '소나기를 피해가기'는 커녕 신차 출시를 오히려 서두르고 있다. 출시 일정을 조절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데다 위기 상황에서 시장 상황을 반등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신차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캐피탈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전체적인 시장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고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은 매력적인 새 모델을 내놓는 것 뿐이다. 공장 가동 일정을 조정할 여유도 없다. 부품업체들로부터의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거나 부품업체로의 대금지불 일정이 늦춰질 경우 관련업계도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김필수 교수는 "자동차의 마이너 체인지나 풀 체인지는 앞 차종 판매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시점을 전망해 결정된다"며 "에쿠스나 쏘나타 등 주요 모델들의 풀 체인지가 올해로 예정됐던 것은 완성차 업체들로서는 속쓰린 일이지만 1~2개월을 조정하는 것보다는 계획대로 가는 것이 비용 면에서도 낫다"고 말했다.
우경희 기자 khw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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