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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영을 부르짖던 대기업들이 세계경제위기 직격탄에 부실한 해외 현지법인을 속속 정리하고 있다.
해외 영업환경이 위축된 데다 원화약세로 재무손실이 커졌기 때문.
특히 국내 대표기업들의 지난 4분기 실적악화 주범으로 해외현지법인 손실이 지목되면서 앞다퉈 청산 신고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6일 한국거래소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한진해운, 이수화학, 포스코 등 대표적 글로벌 지향 기업의 해외법인 청산 신고가 줄을 잇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 4일 공시를 통해 독일 출자 법인인 자회사 세나토 라인(Senator Lines)이 영업을 중단하고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지난 1997년 당시 경영난에 빠졌던 세나토사를 인수하며 세계 4~5위권 초대형 선사로 뛰어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나토사의 문을 닫기로 결정한 것은 나침반을 잃은 글로벌 경기에서 비롯됐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점 등을 고려해 최종 청산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수화학도 같은 날 해외석유판매업체인 ISU Europe B.V.를 계열사에서 제외했다.이수화학 관계자는 "네덜란드에 세웠던 이수 유럽 법인의 자본이 잠식돼 이쪽 법인을 정리하고 이수독일 법인으로 사업을 합쳐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산인프라코어도 최근 토목공사와 유사용 기계장비를 제조하던 해외법인인 어테치멘츠 익스프레스 닷컴(Attachments Express.com)과 아이넷 홀딩스 유에스(Inet Holdings U.S) 등 법인 두개를 청산하며 계열사에서 제외했다.
같은 업종의 워랫매이든(Wrathmaiden)과 게이드(Geith), 두산인터내셔널 USA 등 3개 계열사도 클라크 에큅먼트 컴퍼니로 흡수합병, 해외법인을 슬림화했다.
이러한 대기업의 해외법인 청산 움직임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의 해외 자회사인 '대우 엔지니어링 앤 콘스트럭션 폴란드'를 정리한 데 이어, LG디스플레이, 풍림산업 등 다수 기업들이 청산 행렬에 동참했다. 화승R&A 등 중견 벤처기업도 이익이 나지 않는 해외 현지법인부터 식구에서 제외했다.
아직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현지법인들의 자체 자금조달도 더욱 힘들어져 청산 러시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삼성전자, 포스코 등의 지난 4분기 실적악화에 해외법인 손실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것은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 주요기업들이 그동안 글로벌화를 광범위하게 지향했고, 글로벌 수요를 따라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과잉투자가 이뤄진 면이 있다"며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머징마켓의 공급 과잉 버블이 꺼져 가면서 자연히 부실이 나타난 현지법인 정리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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