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 시행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증권업계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국내시장에서 '넘버원'을 다투는 대형 증권사 CEO들이 잇따라 시장재편을 언급하면서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 것.
이들이 던지는 화두는 '생존'이다. 강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것이다.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지난 20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자통법 시행기념 국제세미나에서 패널로 참석해 "증권사들이 지금까지의 행태를 바꾸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또 "앞으로 증권업계는 3~4개 종합 증권사와 수개의 특화 증권사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제한 뒤 "자통법 시행으로 증권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는 강화됨에 따라 단기적으로 증권사들은 수익 차원에서 압박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도 지난 15일 기자와 만나 "자통법으로 향후 2~3년 안에 증권사들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사장은 "자통법은 국내 자본시장에 한 단계 도약의 기회이자 존폐의 위기가 될 것"며 "전략이나 컴플라이언스 이슈를 잘못잡으면 심각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에 따라 "증권업계의 차별화 경쟁과 빅뱅이 더욱 가열되고 투자자들의 시각과 트렌드가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크게 변동될 것"이라며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사장은 또 "증권업은 건설이나 조선처럼 당장 한계상황에 봉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향후 투자자 보호가 강화되면서 이에 따른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명운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김성태 대우증권 사장도 신년사에서 "서브 프라임 사태로 인한 글로벌 IB의 몰락 등 전세계는 새로운 시장질서 하에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면서 "지금 당장은 '생존'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이와 함께 '미래를 위한 준비'에 더욱 더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은 연초에 "최근 선진 투자은행의 몰락 과정에서 보듯이 리스크관리 소홀로 공든 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것을 그동안 많이 경험했다"며 위기 대처를 강조했다.
이들의 입에서 후발 증권사들이 체감하는 온도는 더욱 차갑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신생 증권사들에게 이번 겨울은 그 어느때보다 더 모질 것으로 보인다.
김진오 기자 jo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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