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아기자
지난달 28일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개시된 중동 지역 전쟁 여파로 원유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량이 급감했다. 이 해협이 봉쇄된다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4만5850원)를 돌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세계적 원유 수송로로, 페르시아만 입구 부분에 있다. 전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소비량의 약 5분의1이 이 해협을 통과해 운송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이곳을 거쳐 운송된 원유와 콘덴세이트(초경질유·천연가스 채굴시 부산물로 생산되는 휘발성 액체 탄화수소)의 84%, LNG의 83%가 아시아 국가들로 갔으며, 주요 행선지는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이었다.
전쟁 개시 후 이틀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통행량은 급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쟁 개시 전날인 지난달 27일에는 에너지 상품을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 수가 65척이었으나, 전쟁 개시 다음날인 1일에는 오후까지 단 6척뿐이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이래 무역전쟁 개시, 연방준비제도 등 미국 제도권 기관들에 대한 공격,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싼 우방국 협박 등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지속돼 온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이번 전쟁을 계기로 꺾일지 지속될지 여부를 석유 시장의 흐름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미국과 우방국들이 호르무즈 해협의 에너지 운송 봉쇄 지속을 방지할 수 있는지다.
NYT에 따르면 국제 유가(브렌트유 선물 가격 기준)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올해 들어 20% 이상 올랐고 지난주에 이미 배럴당 70달러를 넘어 최근 7개월간 최고치인 73달러 선에 근접한 상태였다. 개장 1시간만인 2일 오전 1시께(현지시간)는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종가 대비 6% 이상 올라 77달러 선에 근접했다. 개장 전인 1일 장외거래에서는 한때 10% 이상 오른 80달러 선에 거래되기도 했다.
에드워드 피시먼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양 병목지점"이라며 "만약 이 해협을 통한 모든 운송에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 지장이 발생한다면 글로벌 유가에 막대한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럴 경우 국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럴 경우 LNG 시장도 영향을 받게 되며, 유럽 등 주요 수요 시장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게 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 분석에 따르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로 오르면 글로벌 물가상승률을 0.6% 포인트 내지 0.7% 포인트 높이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피시먼 선임연구원은 "이보다 개연성이 더 크고 피해는 더 작은 시나리오는 호르무즈 해협 전면 봉쇄는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이란의 석유 판매가 중단되는 경우"라고 했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유가는 배럴당 최소 80달러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이란 외의 다른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늘린다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 제한적일 수도 있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 'OPEC+'는 원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올해 4월 생산량을 20만6000배럴 늘리기로 했다고 1일 발표했다.
중국 등은 이란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지만, 글로벌 차원으로 볼 때 이란의 공급량 비중은 크지 않다.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올해 1월 기준으로 하루 345만배럴로, 글로벌 공급의 3% 미만이었다.
에이미 마이어스 재피 뉴욕대 연구교수는 NYT에 "가장 큰 질문은 석유 시설이 손상을 겪을 것인지 여부와 어느 석유 시설이 손상을 겪을 것인가 하는 점"이라며 "만약 그에 대한 답이 '손상을 겪는 시설이 없다'는 것이라면 유가가 다시 내려온다는 게 내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란 시간 기준으로 1일 밤 늦은 시간까지 중동 지역의 에너지 관련 주요 시설 중 공격을 받은 곳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