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길 산책]AI는 콘텐츠의 연금술사가 될 수 있을까

창의적 도약·윤리적 책임 필요
"현자의 돌"은 여전히 인간의 것

"AI 덕분에 누구나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다." 드웨인 코 레오나르도AI 총괄이 CES 2026 디지털 할리우드 리더십 세션에서 한 발언이다.

AI는 이제 실험 대상을 넘었다. 장편영화 '중간계', 애니메이션 '캣비기'처럼 AI를 본격 활용한 상업 작품이 등장했고, 주변 정보에 맞추어 대화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게임 NPC, 등장인물 1인만 뽑아낸 영상 버전, 언어장벽을 낮추는 번역과 입 모양까지 맞춰주는 더빙 등 다양한 형태로 우리 앞에 다가왔다. 신작 흥행 가능성을 예측할 수도 있고, 불법 유통 콘텐츠 파악·추적으로 저작권 보호도 가능하다.

워크플로우의 변화는 제작 비용과 시간, 제작 인력의 숙련도나 전문성의 허들을 급격히 낮추고 있으며, 시장과 비즈니스 확장이 가능한 '현지화' 그리고 '재목적화'도 매우 손쉽다. 상호작용 기반의 비정형적 콘텐츠도 더욱 많아질 것이다.

실제 콘텐츠산업은 AI를 어느 정도 활용하고 있을까.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콘텐츠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5년 상반기 기준 생성형 AI 활용률은 20%다. 비슷한 시기 산업부의 일반기업 조사에서 AI 활용률 37.1%를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창작의 고유성을 중시하는 인식의 영향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2024년 하반기 활용률이 12.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6개월 만에 급속한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과 별개로 종사자들의 AI 활용도는 높다. 게임 종사자 72%가 AI를 사용하고, 기획, 프로그래밍, 사업/관리 모든 직군에서 높은 활용률을 보였다. 방송·영상 종사자는 약 37%가 AI를 활용한다고 응답했는데, 제작뿐 아니라 작가 등 아이디어 구상과 기획 단계에서도 활용이 높았다.

우리나라 포함 8개국의 크리에이터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일반 창작자들은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다. AI를 일상 도구로 삼고, 자신의 고유한 창작 스타일을 학습하는 AI 에이전트 사용도 고려한다는 응답이 80%를 넘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AI 콘텐츠를 혁신과 연결하는 각국의 움직임도 보인다. AI에 대한 강력한 규제 체계를 마련한 유럽연합 경우에도, 'Horizon Europe' 프로그램을 통해 AI 기술을 창의산업 역량 강화로 연결하는 과제를 공모하고 연구비와 사업비를 지원한다. 영국도 '게임 펀드'나 '브릿지 AI' 프로그램에서 콘텐츠의 AI 활용을 지원하고, '코스타' 등 콘텐츠 R&D 클러스터에 투자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AI 기반 콘텐츠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AI 전략을 국가 장기 비전과 연동하면서 '창조경제' 즉 콘텐츠 분야를 5대 핵심 분야 중 하나로 지정했다.

AI를 통해 콘텐츠산업의 지속가능성과 영향력을 확대하고 창의성 중심의 혁신을 촉진하는 일은 우리가 가장 곱씹어야 하는 대목이다. 문체부와 콘진원은 올해 AI 콘텐츠 제작지원사업에만 총 198억원을 투입한다. 문화기술 R&D, 인력양성 등도 AI 지원을 강화한다. 콘텐츠산업이 미래 경쟁력을 놓치지 않도록, 적시에 새로운 기술을 채택하고 창의력과 기술력의 조화를 뒷받침하기 위함이다.

AI로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 하지만 AI와 콘텐츠의 결합은 '자동화' 그 이상이다. AI를 통해 콘텐츠가 사회, 경제, 문화와 더 잘 연결되고, 더 풍성한 향유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AI 콘텐츠는 인간의 심오한 맥락과 직관, 윤리적 책임, 창의적 도약을 필요로 한다. '현자의 돌'은 여전히 인간의 것이다.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장

문화스포츠팀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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