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태국 정부가 야생 코끼리 개체 수 급증을 통제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암컷 코끼리에게 피임 백신을 접종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태국 매체 더 타이거에 따르면 태국 국립공원·야생동식물보전국(DNP)은 지난 25일 동부 뜨랏주에서 암컷 야생 코끼리 3마리에게 피임 백신을 접종했다. 이는 태국에서 야생 코끼리를 대상으로 한 첫 출산 조절 프로그램이다.
야생 코끼리의 모습. 픽사베이
보전국은 클롱깨우 폭포 국립공원 일대에서 수의사들이 치앙마이대학교 연구진과 협력해 백신 접종을 진행했으며, 해당 코끼리들은 총 12마리로 구성된 무리의 일부였다고 설명했다. 최근 태국 동부 산림 지역에서는 야생 코끼리 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물과 먹이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태국 동부의 야생 코끼리 수는 2015년 334마리에서 지난해 799마리로 늘었으며, 연평균 증가율은 8.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영역 싸움과 먹이 문제 등을 겪게 된 코끼리들이 농경지와 주거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면서 인명 피해와 농작물 피해도 잇따랐다. 2012년 이후 코끼리 관련 사고로 140명 이상이 숨지고 17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 지역은 6개 주 100곳이 넘는 행정구역에 달한다.
당국은 이번에 사용한 백신의 작용 기전에 대해 "비수술 방식으로 암컷 코끼리의 면역 반응을 유도해 번식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접종 효과는 최대 7년 동안 지속되며, 재접종하지 않을 경우 번식 능력은 자연스럽게 회복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4000마리로 추정되는 태국의 야생 코끼리는 출산율이 연 7~8%여서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을 경우 4년 안에 6000마리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키 분쌍 야생동물보전국 국장은 "개체 수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먹이 부족과 사고, 감전, 인간과의 갈등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며 "피임은 코끼리 복지를 해치지 않는 인도적인 관리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태국에서는 최근에도 코끼리로 인한 각종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0일 태국 북부 로에이주 푸끄라등 국립공원에서 40대 태국 여성이 코끼리의 공격으로 숨졌다. 이 여성은 산책 코스를 따라 걷다가 먹이를 찾아 나선 코끼리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달 29일 밤에는 태국 중부 나콘랏차시마주 탑란 국립공원 근처에서 약 80~100마리에 이르는 코끼리 무리가 과수원·밭을 습격해 쑥대밭으로 만든 일도 있었다. 당국은 국립공원에 머물던 코끼리 무리가 먹을 것이 풍부한 인간 활동 지역을 침범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