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 줘도 안나가요' 웃돈 제안에도 버티는 임차인들… 다주택자 '난감'

李대통령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다주택자, 임차인 조기 퇴거 유도
임차인, 이사비 조건에도 이사 거부
다주택자 매도 행렬에 전세난 심화 우려

서울 지역 일부 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임차 계약기간이 남은 집을 처분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들을 대상으로 잇달아 경고하고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계약기간이 남은 임차인에게 이사비에 웃돈까지 얹어주겠다는 제안에도 불구하고 매물을 내놓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토지거래허가제 시행으로 전세 매물을 구하기 어려운 임차인이 집주인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 시장 축소가 다주택자 매물을 유도하는데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사비용 수천만원 제시…임차인 이사 유도

27일 일선 중개업소 설명을 들어보면 이번 주 들어 다주택자의 매도 문의가 다소 늘었다. 일부는 전세 낀 임차 매물을 처분하기 위해 많게는 수천 만원에 달하는 이사비까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길음뉴타운 인근 A 공인중개소 소장은 "일종의 위로비 형태로 부동산 중개수수료와 이사비를 더해 세입자에게 현금을 쥐여주는 집주인들도 생겨났다"며 "양도세 중과로 세금 폭탄을 떠안기 전에 하루빨리 집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집 주인은 통상 남은 임대차 기간에 따라 이사비를 정한다. 양도세 중과가 부활하는 5월 9일보다 남아있는 임대차 계약 기간이 길수록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줄 액수는 늘어난다. 마포구 아현동 B 공인중개소 소장은 "임대차 기간이 6개월가량 남은 매물은 매도인이 부동산 중개수수료까지 더해 세입자에게 약 500만원 정도를 주는 조건으로 내보내고 있다"며 "1년이 넘게 임대 기간이 남았을 경우에는 세입자가 원하는 대로 이사비를 줘야 하는데 금액대가 1000만원에서 2000만원대로 뛰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임차인도 선뜻 제안에 응하기 쉽지 않은 처지다. 지난해 나온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실거주를 하지 못하는 매물은 거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A 중개업소 소장은 "이사비를 얹어도 기존에 살던 수준의 매물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이사를 거부하고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려는 세입자들이 대다수"라며 "이사비를 받느니 지금 살던 집에서 버티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 임대 대신 매도…임차인, 전세난 가중

일각에서는 양도세 중과로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유도하는 정책이 장기적으로 임차인의 주거 부담을 가중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간 다주택자는 전세 시장의 물량 공급 역할을 해왔기에 이들이 임대 대신 매도를 택할 경우 전세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택 매수가 어렵고 전세로 거주해야 하는 이들의 주거난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를 추가로 연장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이후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줄어드는 추세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 자료를 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2만1876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만135가구 대비 27.4%, 이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로 언급한 25일보다는 1.8% 줄어든 수치다. 전세 매물은 앞으로도 꾸준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2년 전인 2024년 1~4월 서울 아파트 계약갱신요구권을 쓴 건수는 5188건인데, 이 물량이 전부 새 임차인을 찾기 위해 전세시장에 나온다고 가정해도 과거보다 적은 수준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족 단위로 거주할 수 있는 중대형 평형 전세 물량이 매매로 넘어가면서 전세 부족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면서 "다주택을 선택한 일부 집주인이 세금 부담을 임차인에 떠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부동산부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건설부동산부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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