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열기자
부애리기자
이지은기자
"압구정 일대는 현금 자산가가 많아 갑자기 호가를 내려 매물을 내놓기보다는 일단 버티기에 들어갈 것으로 봅니다. 설령 보유세가 오른다고 해도 3~4년만 버티면 된다는 학습효과가 있어서 고령층 소유주도 일단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A 중개업소)
"'똘똘한 한 채'를 유도하는 모양새인데, 결국 강남이나 '한강벨트' 같은 서울 선호지역 집중도는 더 심해지지 않을까요?"(서울 동작구 흑석동 B 중개업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주말 사이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를 추가로 연장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이후 첫 평일인 26일. 서울 시내 주요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 분위기는 차분했다. 잔금 치르는 날짜를 양도세 중과 시점 직전으로 앞당겨 달라는 문의 외에 매물을 내놓겠다는 연락은 평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서울 성동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급매, 급전세 물건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일선 현장에선 당장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앞으로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는 심산이다. 부동산 세제의 또 다른 한 축인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어떻게 개편될지도 관건이다. 양도세 중과유예 조치 시한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도드라졌던 다주택자와 정부의 대립구도가 재현되는 모양새다.
26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 자료를 보면 서울 지역 아파트 매물(매매 기준·오피스텔 포함)은 전일 기준 5만6777건으로 집계됐다. 이 대통령이 오는 5월 끝나는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와 관련해 추가 연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언급이 나온 지난 22일(5만6216건)과 비교하면 0.9% 늘었다. 다만 이 정도 추이로 시장에서 매물이 유의미하게 늘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시장에서는 본다. 대통령 발언이 나오기 전인 이달 초(5만6621건)에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압구정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빨리 팔려는 움직임이 있고 그간 최고가보다 조금 싼 매물이 간간이 나오기는 하지만 싸게 나오는 매물은 이미 다 팔렸다"면서 "향후 매물잠김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마포구 아현동의 한 중개사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 20평대 호가가 24억원 선인데 오는 5월 9일 이전에 팔려는 매도자 가운데 호가를 1억원가량 낮추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매수자도 본인 집을 팔고 와야 하는 기간이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호가를 더 내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묶인 데다 대출 규제까지 적용받아 거래가 수월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토허구역에선 신청 후 계약, 잔금 지급 등 주택매수 과정을 거치기까지 3~4개월 정도 걸린다. 소득세법상 양도세 과세는 대금청산일(잔금)이나 등기접수일 가운데 빠른 날짜로 정한다. 양도세 중과유예까지 100일가량 남은 터라 지금 당장 내놔도 양도세 중과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의 언급이 초저가 매물을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오는 5월9일까지 계약한 것은 중과세 유예를 해주도록 국무회의에서 의논해 보겠다"면서 '퇴로'를 열어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허가절차 등을 감안하면 조정대상지역 내 절세 매물은 4월 중순까지는 나오긴 할 것"이라면서도 "전세를 낀 갭투자가 힘드니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다주택 집주인이 많을 테니 어느 정도 매물은 나오되 쏟아지는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현실화한다면 세금 부담은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이 모의 계산한 자료를 보면 10년 보유한 주택에서 차익이 20억원인 경우 현재 기준으로는 7억1823만원 정도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중과된 세율을 적용하면 2주택자의 경우 13억5568만원, 3주택자는 15억7540만원으로 증가한다. 5년 보유해 5억원이 올랐다면 현시점에선 1억7717만원인데 중과세율이 적용되면 2억9982만~3억5454만원으로 최대 2배가량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