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은기자
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 중심의 승계 구도에 다시 한번 힘을 실었다. 그룹 핵심 사업과 분리해 테크·라이프 부문을 독립시키는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차세대 경영 체제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은 14일 이사회를 열고 ㈜한화를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 신설법인 명칭은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관장해 온 테크·라이프 부문 계열사들이 이 법인 아래로 이동한다. 분할 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으로 존속법인 76.3%, 신설법인 23.7%다. 기존 주주들은 이 비율에 따라 두 회사의 주식을 나눠 받게 된다. 관련 절차는 6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7월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한화 CI. 강진형 기자
분할 이후 테크·라이프 계열은 신설법인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 산하로 편제된다. 구체적으로 한화비전, 한화모멘텀, 한화세미텍, 한화로보틱스 등 테크 계열과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아워홈 등 라이프 계열이 포함된다.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는 테크와 라이프 사업 간 시너지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룹은 외식·식음료(F&B)와 리테일 영역에서 '피지컬 에이아이(Physical AI)'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제시하며, 스마트 F&B·스마트 호스피탈리티·스마트 물류를 3대 핵심축으로 설정했다.
존속법인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솔루션, 한화생명 등 방위산업(방산)·조선·해양과 에너지, 금융 계열이 남는다. 존속법인이 되는 ㈜한화는 방산·조선·해양·에너지·금융 등 핵심 사업에 집중한다. 정책 민감도가 높은 사업 특성을 고려해 장기 전략과 투자 계획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2022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이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현암(玄巖)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승연 회장, 김동선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전무. 김현민 기자
한화 관계자는 "각 사업군 특성과 시장 환경에 맞는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인적분할을 통해 사업별 독립성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회사 측은 공식적으로는 '복합기업 디스카운트' 해소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한화는 서로 성격이 다른 사업군이 한 지붕 아래 묶이면서 ▲전략 속도와 방향의 불일치 ▲자본 배분 비효율 ▲포트폴리오 관리 부담이 누적돼 왔다고 설명했다. 인적분할을 통해 각 법인이 독립적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시장에서 개별 가치로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회사 측은 2024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비(非)방산 사업을 분할했을 당시, 분할 전 대비 3개월 후 두 회사 합산 시가총액이 35% 상승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5년간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수화학, 에코프로 등 인적분할 사례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주주환원 강화 카드도 동시에 꺼냈다. ㈜한화는 임직원 보상용(RSU)을 제외한 보통주 445만 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전체 보통주의 5.9%로, 시가 기준 약 4562억원 규모다. 여기에 보통주 기준 주당 배당금도 기존 800원에서 1000원으로 25% 이상 상향한다. 남아 있는 구형 우선주 역시 전량 매입 후 소각할 방침이다.
이날 오후 1시50분 기준 ㈜한화는 전장 대비 25.66% 오른 12만8800원에 거래됐다. 장중 한때 13만700원까지 오르며 강세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