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출사표]①연내 9개 증권사 경쟁…선택지 넓어져

7개 증권사 진입…삼성·메리츠 심사중
키움·하나 이어 신한도 내달 1호상품
짧게 돈 굴리는 고객 유혹…약정형 3%대

자본시장 전반 자금 흐름에도 여파
증권사 최대 64조원까지 조달 가능
자금 운용·리스크 관리 실력이 승부처

국내 증권사 발행어음 시장이 새 국면을 맞았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지난해 말 인가를 받은 키움·하나·신한투자증권이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지면서 빠르게 '7각 경쟁' 구도로 재편된 모습이다. 신규 사업자들의 진입으로 금리 및 상품 차별화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각사별 '조달 자금의 운용 리스크 관리'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증권사 경쟁 구도를 넘어 자본시장 전반의 자금 흐름에도 여파가 불가피하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과 하나증권은 각각 지난해 12월, 올해 1월 발행어음 1호 상품을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두 증권사 모두 비교적 높은 금리와 단기 만기 구조를 앞세워 초기 자금 모집에 성공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하나증권과 동시에 인가를 받은 신한투자증권 역시 내달 중 첫 발행어음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국내 발행어음 사업은 기존 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KB증권 4개사에 신규 인가 3사를 포함해 총 7개사 구도다. 여기에 삼성·메리츠증권도 현재 심사 단계에 있어 연내 최대 9개사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신규 사업자들의 잇따른 진입으로 발행어음 시장 내 금리, 상품 차별화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미 특판 금리, 수시입출금형 상품 등 다양한 형태의 발행어음이 쏟아지는 가운데, 기존 사업자들 역시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등 방어에 나선 상태다.

증권사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비교적 안정적이고 신속하게 단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발행어음은 공모채 발행 대비 절차가 간소하고 운용 유연성도 높다. 조달 자금은 기업금융, 인수금융,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수익성이 높은 투자금융(IB)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어, 증권사들의 중장기 성장 전략의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은행 예·적금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와 짧은 만기가 강점으로 꼽힌다. 예금자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만기가 짧고 유동성이 높아 증권사 계좌를 통한 대기성 자금 운용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판 약정형의 경우 3% 중반대 상품까지 선보였고, 자유롭게 입출금할 수 있는 수시형의 경우 2%대 상품이 있다. 모바일·비대면 가입 등으로 개인 투자자 접근성도 높다는 평가다.

관건은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각사가 조달 자금의 운용 리스크를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다. 현재 심사 중인 2개사까지 모든 신규 사업자가 발행어음 인가를 취득하게 될 경우, 이론상 가능한 신규 조달금액은 약 64조원으로 추산된다.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정부의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 기조에 따라 증권사의 위험인수 영업이 본격화될 경우, 개별 증권사의 우량자산 선별 능력과 리스크 관리 역량에 따른 실적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만기가 짧은 편인 발행어음의 특성상 중·장기 운용 간 만기 미스매치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생산적 금융'을 앞세운 정부가 증권사들의 모험자본 공급 역할을 노골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 부분도 충실히 수행해나가야만 한다.

특히 발행어음은 개별증권사 간 경쟁에 그치지 않고, 자본시장 전반의 자금흐름에까지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기반 조달을 확대할 경우 회사채·기업어음(CP) 시장 내 자금 흐름에도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발행어음으로 조달된 자금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인수금융 등 위험자산으로 본격 유입될 경우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역할도 한층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서 발행어음 자금이 특정 IB 영역으로 쏠릴 경우, 경기 변동 시 증권사 간 리스크가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지난해가 인가 확보 단계였다면, 올해는 상품 출시와 수신 경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라며 "2026년은 발행어음, 종합관리계좌(IMA) 등을 중심으로 한 증권사 간 '자금조달 경쟁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자본시장부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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