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취재본부 김철우기자
'입맛대로 끼운다'는 말이 현실로.
겹겹이 쌓인 층상 소재 안에 원하는 금속을 쉽게 끼워 넣어 소재 성능을 전략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합성 기술이 개발됐다.
산업 현장에 꼭 필요한 맞춤형 촉매, 이차전지 소재 설계 등에 기여할 전망이다.
UNIST 신소재공학과 조승호 교수팀은 에너지화학공학과 안광진 교수,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 정후영 교수, 서울대학교 한정우 교수팀과 함께 층상 티타네이트(layered titanate)의 층간에 알칼리 금속부터 희토류에 이르는 총 42종의 금속 중 원하는 금속을 쉽게 삽입할 수 있는 합성 방법을 개발했다고 14일 전했다.
연구진, (좌측부터) 조승호 교수, 안광진 교수, 한정우 교수(서울대), 정후영 교수, 김효석 연구원, 오대원 연구원, 김미연 연구원(서울대). UNIST 제공
층상 티타네이트는 얇은 층이 겹겹이 쌓인 형태의 티타늄 산화물이다. 층과 층 사이의 공간에 금속 양이온을 수용할 수 있는 성질 덕분에 배터리 전극이나 촉매 지지체로 주목 받는 소재다. 하지만 기존에는 고온의 열처리와 강산을 이용한 세척 과정을 거쳐야 금속 이온을 넣을 수 있었고, 삽입 가능한 금속의 종류도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수산화암모늄 용액을 이용한 새로운 합성법을 개발했다. 수산화암모늄 용액 속에 녹아 있는 티타늄 산화물의 원료 성분들이 화학반응을 통해 층상 구조로 조립되는 상향식 합성법이다. 층 안에는 수소 이온이 들어간 형태로 조립된다.
이렇게 합성된 층상 티타네이트를 삽입하고자 하는 금속 양이온이 녹아 있는 용액에 담그면, 층 사이에 미리 삽입되어 있던 수소 이온이 금속 양이온으로 쉽게 대체된다.
이 합성법은 알칼리 금속부터 희토류 금속에 이르는 총 5개 그룹 42가지 금속 원소를 삽입할 수 있을 정도로 범용성이 뛰어나며, 총 30종 이상의 금속 원소를 동시에 삽입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개발된 합성법으로 로듐 촉매의 지지체를 만들어 상용화 가능성도 검증했다. 실험결과, 이 로듐 촉매를 플라스틱, 세제 등의 기초 원료를 합성하는 '프로필렌 하이드로폼일화' 반응에 적용했을 때, 층상 티타네이트 내부에 칼륨 금속을 넣은 경우 상용화된 로듐 촉매보다 반응 효율(TOF)이 3배 이상 뛰어났다. 연구팀은 이 같은 고성능의 원인도 이론 계산을 통해 규명했다.
공동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소재 하나를 합성한 것이 아니라, 42종의 금속 원소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구축한 기반 기술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어 "실제 촉매 공정의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이차전지나 커패시터 같은 차세대 에너지 저장 소재의 성능 개선에도 즉각적인 응용이 가능해 향후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금속 이온을 층상 티타네이트에 삽입해 촉매 성능을 조절하는 합성 개념과 성능 검증 결과.
이번 연구는 UNIST 신소재공학과 김효석 연구원, 에너지화학공학과 오대원 연구원,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김미연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해 재료 분야의 저명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 (Advanced Materials)'에 지난달 26일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UNIST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UNIST 이노코어 (InnoCORE) 프로그램,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울산RISE센터,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