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독일 최악의 단어는 '특별기금'…'부채 조달 현실 은폐'

독일 '최악의 단어' 심사위원회 선정
연방정부 인프라 투자 예산 뜻하는
특별기금…사실상 부채 조달 방식

연방정부가 빚을 내 인프라에 투자한 예산을 뜻하는 특별기금(Sondervermogen)이 지난해 독일 '최악의 단어'로 뽑혔다. 연합뉴스는 13일(현지시간) dpa통신을 인용해 최악의 단어 심사위원회가 이날 이같이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유로화 모습으로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픽사베이

언어학자와 언론인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지난 1991년부터 해마다 시민 추천을 받아 최악의 단어를 선정하고 있다. 시민들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즐겨 말한 '거래(deal)',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가리키며 쓴 '더러운 일'(Drecksarbeit) 등 533개 단어를 추천했다.

그 중 '특별기금'이 가장 최악의 단어로 꼽힌 것이다. 특별기금은 보통 특별자산이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독일 정부는 지난해 신규 부채 한도를 엄격히 제한한 기본법(헌법)을 우회하기 위해 예외 조항을 추가하면서 이 용어를 사용했다.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 공식 홈페이지

독일 정부는 지난해 3월 기본법을 개정해 인프라 투자와 기후 대응에 쓸 특별기금 5000억유로(약 859조원)를 조성하고 12년간 나눠 쓰기로 했다. 구조적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0.35%를 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부채 제한은 그동안 독일의 적극적 재정지출을 막는 핵심적 걸림돌 역할을 해왔다. 당시 차기 총리로 거론되던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는 "유럽은 방위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유럽 안보에 대한)위협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2026년도 예산안에 대폭 늘어난 국방비를 포함해 1815억유로(약 312조원)의 신규 부채가 반영됐다. 이는 코로나19 때인 지난 2021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이 때문에 독일 내에서 급격히 늘어난 부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독일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지난 2024년 62.5%로 유럽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 등은 이 비율이 오는 2040년대 100%에 이를 수 있다며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연립정부가 본 목적과 달리 지난해 2월 총선 때 선심성 공약을 이행하는 데 특별기금을 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악의 단어 심사위원회는 "많은 사람이 이 단어의 행정적, 전문적 의미를 모른 채 일상적 의미로 이해한다"며 "이로 인해 부채 조달의 필요성에 대한 민주적 논의가 훼손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 "공적인 소통에서 이 기술적인 용어는 실제 의미, 즉 부채 조달을 숨기고 있다"며 정부의 단어 사용법이 현실을 은폐하고 언어 사용자를 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슈&트렌드팀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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