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찍이 멈춰 '뭐지' 했는데 '갑툭튀' 행인 등장…'정교함 끝판' 현대차 로보택시[CES 2026]

고객편의·안전법규 챙긴 자율주행
올해 연말께 유료 호출 서비스 계획
테슬라 'E2E' 채택…멀티모달 유지

현대자동차그룹 모셔널 로보택시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내를 주행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지난 8일(현지시간) 현대자동차그룹 모셔널의 로보택시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왕복 6차로를 달리던 중 빨간불 신호를 받자 앞차와 유난히 큰 간격을 두고 멈춰섰다. 순간 카메라·레이더 같은 센서 측정 기술의 한계를 의심했지만, 곧바로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가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로 차량 앞에 진입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보도 위 사람의 움직임까지 감지해 차로 진입 가능성을 예측한 뒤 넉넉한 차간 거리를 선제적으로 확보한 것이다.

라스베이거스 일대에서 모셔널 로보택시를 타보니 차량은 주행 내내 부드럽게 달렸다. 대로에서는 시속 42마일(67.5㎞)까지 속도를 내다가 과속방지턱과 '스탑(Stop)' 표지판이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8마일(12.8㎞) 수준으로 천천히 주행했다. 미국에서 신호등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스탑 표지판을 보면 차량을 일시정지 후 출발해야 한다.

지난 8일(현지시간) 현대자동차그룹 모셔널 로보택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내를 주행하는 중 승객용 태블릿에서 무단횡단 중인 보행자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영주 기자

지난 8일(현지시간) 현대자동차그룹 모셔널 로보택시는 인간 감독관의 운전 없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내를 주행하고 있다. 전영주 기자

김흥수 현대차·기아 GSO 부사장은 "교통법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정책을 택한 로보택시 업체도 있지만 모셔널은 규제를 철저하게 준수하는 정책에 기반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주행 편의성이나 가속·감속 성능이 정교하게 튜닝된 성능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모셔널은 현대차그룹이 미국 자동차 기술 공급업체 앱티브(Aptiv)와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현재까지 현대차그룹이 모셔널에 투자한 규모는 34억달러(4조9636억원) 수준이다.

올 연말 라스베이거스서 유료 호출 서비스 시작

모셔널 로보택시는 올해 연말께 라스베이거스에서 유료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북미 로보택시 시장 경쟁에 참전한다. 현재 북미 로보택시 시장에서 완전 무인 기반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은 구글 자회사인 웨이모가 유일하다. GM의 크루즈는 사고 이후 서비스가 중단됐고 테슬라는 상용화를 선언한 단계다.

로라 메이저(Laura Major) 모셔널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에서 발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로라 메이저(Laura Major) 모셔널 최고경영자(CEO)는 "라스베이거스는 관광·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달해 라이드헤일링(차량 호출 서비스) 수요가 많은 지역으로 상용화에 적합하다"며 "잦은 공사구간이나 많은 보행자 같은 복잡한 환경에서 다양한 주행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고, 카지노와 쇼핑센터처럼 독특한 환경도 시험할 수 있어서 추후 기술 범용화에 유리한 도시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모셔널이 로보택시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다는 우려에 대해선 "비용 효율적인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춘 업체는 아직 없다"고 일축했다. 메이저 CEO는 "차세대 플랫폼에서는 카메라와 레이더를 통합하는 등 안전 기준에 맞추면서도 비용을 절감시키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며 "성능 컴퓨팅은 파트너십 등을 통해 비용 절감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김 부사장은 "비용 절감은 자동차 주문자위탁생산(OEM)인 현대차그룹과 티어1 공급업체인 앱티브를 모회사로 가지고 있다는 강점을 활용할 수도 있다"며 "차량 개발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 제조 공급망관리(SCM)에서는 어떻게 (비용을) 더 줄일 수 있을지를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테슬라처럼 'E2E' 채택…레이더·라이다 유지

이날 모셔널은 테슬라 방식의 '엔드투엔드(E2E)' 자율주행 기술을 채택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모셔널이 활용해 온 '룰 베이스' 방식은 자율주행 차량이 카메라·레이다·라이다 같은 센서와 고정밀 지도를 통해 도로 상황을 파악하고, 사람이 미리 정해둔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 성능은 안정적이지만 예측지 못한 상황에선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이와 반대로 E2E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모든 작업을 대규모 인공지능(AI) 모델이 차량 안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이다.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유연성은 룰 베이스 방식보다 높으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다는 단점도 있다.

왼쪽부터 김흥수 현대자동차·기아 GSO 부사장, 로라 메이저(Laura Major) 모셔널 최고경영자(CEO), 유지한 현대차·기아 자율주행개발센터장 전무. 현대차그룹

모셔널은 E2E로의 시스템 전환 과정에서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예컨대 E2E 시스템을 택한 자율주행 차량이라도 주행 중 공사장을 만나면 '차량을 멈추고, 차로 변경 조건을 인지하고, 차선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룰 베이스 방식을 우선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메이저 CEO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최소한의 안전은 룰 베이스 방식으로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테슬라처럼 다른 센서 없이 카메라만 활용하지 않진 않고, 레이다와 라이다 등을 함께 이용하는 '멀티 모달리티' 방식을 유지할 계획이다. 메이저 CEO는 "멀티 모달리티는 센서 1개가 고장나더라도 다른 센서들을 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더욱 안전하다"며 "예를 들어 야간 불빛이나 햇빛이 강할 때, 눈·비 같은 기후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산업IT부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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