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주기자
오리온이 생크림을 앞세운 파이 신제품 '쉘위'를 선보이면서 롯데웰푸드의 대표 제품인 '몽쉘'과 정면 승부를 벌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초코파이형 신제품 '쉘위'를 최근 출시했다. 기존 초코파이의 마시멜로 대신 생크림을 적용한 것이 특징으로, 제품 콘셉트와 패키지 디자인, 제품명까지 몽쉘을 연상시키면서 사실상 몽쉘에 대한 소비경험을 겨냥한 '미투 제품'이라는 평가다.
가격 경쟁력은 쉘위가 앞선다. 쉘위는 12개입 기준 6000원으로, 같은 GS25에서 판매 중인 몽쉘(6개입 3500원)을 12개입으로 환산하면 약 1000원가량 저렴하다. 패키지 전면에 '가성비'를 강조한 점 역시 유사한 콘셉트의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제시하는 전형적인 추격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장면은 국내 제과업계에서 낯설지 않다. 특정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면 유사한 콘셉트의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는 추세는 오랫동안 반복됐다. 초코파이를 기점으로 파이류, 비스킷, 껌에 이르기까지 '성공 공식의 복제'는 업계의 관행처럼 굳어졌다.
이는 국내 제과 시장의 구조적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 제과 산업은 대규모 생산 설비와 전국 단위 유통망, 안정적인 원가 관리 능력이 필수적인 대표적 과점 시장이다. 신규 사업자가 독자적인 브랜드로 안착하기에는 진입장벽이 높고, 기존 업체들 역시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기보다 이미 소비자 인지와 수요가 검증된 영역에서 경쟁하는 편이 위험 부담이 적다.
실제로 오리온과 롯데웰푸드는 물론 해태제과, 크라운제과 등 주요 업체들은 히트 상품을 중심으로 유사 제품을 선보이며 경쟁했다. 이 과정에서 상표권과 포장 디자인을 둘러싼 법적 분쟁도 반복됐다. 1980년대 초코파이 포장 분쟁을 비롯해 '후레쉬베리'와 '후라보노' 상표 소송, 2005년 '마가렛트'와 '마로니에' 디자인 분쟁 등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유사 상품 전략은 특히 후발 주자에게 실적 방어 수단으로 작용해 왔다. 이미 시장성이 검증된 제품군에 진입하면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고, 유통 채널과의 협상에서도 비교적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완전히 새로운 제품 하나보다 성공한 포맷을 변주한 상품 여러 개가 손익 관리에는 낫다"는 인식이 확산된 배경이다.
문제는 이런 경쟁이 시장 전체의 외형 성장을 이끌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유사 제품이 늘어날수록 업체들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보다 기존 파이를 나눠 갖는 구조에 머물렀다. 몽쉘과 유사 제품들이 늘어나도 프리미엄 파이 시장 자체가 급격히 확대되기보다는, 브랜드 간 점유율 싸움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실적 전망에도 이런 구조적 한계가 반영되고 있다. 시장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웰푸드의 2025년 연간 매출액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4.3% 증가한 4조2200억원, 영업이익은 9.9% 감소한 1415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오히려 후퇴하는 셈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6.7% 증가한 3조3111억원, 영업이익은 5508억원으로 1.3%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판촉비와 마케팅 비용 부담, 원재료 가격 상승, 소비 둔화가 수익성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유사 제품 경쟁은 단기적으로 매출 공백을 메우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가격과 판촉 경쟁이 격화될수록 이익률 방어는 어려워진다"며 "시장 자체가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경쟁이 반복되면 실적 개선 여력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