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자율주행 기술로 운행되는 로보(무인)택시가 차 문을 닫아주는 신종 직업을 만들었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로보택시가 멈추면 비밀 인간 군대가 구출하러 온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로보택시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를 해결하는 일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당 매체는 로스앤젤레스(LA)의 한 도로에 멈춰 있던 구글 웨이모의 로보택시를 도왔다는 돈 애드킨스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 뉴욕시 맨해튼에서 운행 중인 웨이모의 자율주행 재규어 전기차. AFP연합뉴스
애드킨스씨는 이달 어느 날 밤 LA 선셋스트립 거리를 걷던 중 어딘가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들었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무인 택시로 운행되는 웨이모의 재규어 차량이 깜빡이를 켠 채 "오른쪽 뒷문을 닫아주세요"라는 소리를 반복해서 내고 있었다. 그는 이를 무시하고 지나치려다 이 차량의 뒤에서 주행 중이던 차량이 경적을 울리는 소리를 듣고는 도로로 나가 웨이모 차량의 뒷문을 밀어 닫아줬다.
WP는 애드킨스씨가 "LA와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매주 수천 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는 웨이모 로보택시의 아킬레스건을 목격한 셈"이라며 "이 차들은 운전자가 없이도 시내 도로를 주행하며 택시 기사들과 경쟁할 수 있지만, 운행을 마쳤을 때 사람이 뒷문을 닫아주지 않으면 고립된다"고 설명했다. 로보택시 승객들이 차 문을 제대로 닫지 않고 내리거나 하차 중 안전벨트 등이 끼어 문이 꼭 닫히지 않는 사례가 종종 발생해 로보택시가 그대로 멈춰 서게 되고, 이런 경우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운행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WP에 따르면 웨이모는 '혼크'(Honk)라는 앱을 통해 LA에서 로보택시의 제대로 닫히지 않은 문을 닫아주거나 문제가 생긴 로보택시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20달러 이상을 지급한다. 혼크는 차량 견인 업계에서 우버와 비슷한 호출 앱이다.
LA 잉글우드에서 견인업체를 운영하는 세사르 마렌코씨는 웨이모의 문을 닫아주는 일을 단골로 맡고 있다. 최근 틱톡에 올린 영상에서 그는 뒷문에 안전벨트가 끼어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채 서 있는 웨이모 차량에 다가가 문을 닫아주는 과정을 보여줬고, 이 영상은 조회 수 40만회를 넘기며 화제가 됐다. 그는 열린 차 문을 닫아주거나 충전소에 제때 도착하지 못해 전원이 꺼진 차량의 견인 작업 등 웨이모 로보택시와 관련된 일을 매주 많게는 3건까지 한다고 WP에 말했다.
또 다른 LA의 견인업체 에반젤리카 쿠에바스씨는 웨이모 차량의 문을 닫아주는 일에 약 22~24달러(약 3만원), 차량 견인 작업에 60달러~80달러(약 9만원~12만원)를 받는다고 밝혔다. 다만 차량 회수에 필요한 연료비와 인건비를 고려하면 이 요금이 항상 수익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쿠에바스씨는 덧붙였다.
웨이모 로보택시 문 닫기 및 견인 작업은 자동화가 진전될수록 그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인간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WP는 해석했다. 반면 로보택시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으로서는 이 같은 비용 문제는 앞으로의 해결 과제다. 카네기멜런대 공학 교수로 30년 가까이 자율주행차를 연구해온 필립 쿠프먼은 인간에게 문을 닫고 고장 차량을 회수하도록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웨이모에는 "비싼 일"이라며 "회사가 규모를 확대하고 우버·리프트와 경쟁하려면 이런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