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기자
스페인 말라가에서 영국 런던 개트윅으로 향하던 항공편에서 고령 승객이 이미 사망한 상태로 탑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항공사는 탑승 당시 생존해 있었다는 입장이지만, 동승객들은 "누가 봐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스페인 말라가에서 영국 런던 개트윅으로 향하던 항공편에서 고령 승객이 이미 사망한 상태로 탑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게티이미지
최근 영국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난 18일 말라가 공항에서 출발을 앞둔 저가항공사 이지젯 항공편에서 발생했다. 89세 여성 승객이 휠체어를 탄 채 가족의 도움을 받아 기내에 올랐고, 비행 직전 숨진 사실이 확인돼 이륙이 중단됐다.
논란은 한 탑승객이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확산됐다. "이지젯이 죽은 사람을 비행기에 태웠다"는 주장은 빠르게 공유되며 큰 관심을 모았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해당 승객은 휠체어에 깊이 기대 고개를 숙인 상태였고, 일행이 머리를 받쳐주며 이동을 도왔다. 노인은 기내 맨 뒤쪽의 특별 보조 좌석에 배정됐다. 오전 11시 15분 출발 예정이던 항공기는 활주로로 이동했지만, 이륙 전 최종 점검 과정에서 승무원들이 이상 징후를 감지했다.
우스엔드온시의 사우스엔드 런던 공항 활주로에 서 있는 이지젯 에어버스 항공기. 로이터연합뉴스
승무원들이 상태를 재확인한 뒤 항공기는 즉시 이륙을 중단했고, 공항 의료진과 구조 인력이 기내에 투입됐다. 확인 결과 해당 승객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사망 시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기장은 기내 방송을 통해 "의료 관련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고 안내했고, 승객 전원은 다시 터미널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승객들은 "이런 상태의 승객이 어떻게 탑승할 수 있었느냐"며 항공사와 공항 측에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해당 항공편은 약 12시간 지연돼 당일 밤 늦게서야 출발했다.
가족 측은 당시 "할머니가 단순히 피곤하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을 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 역시 사전에 '비행 가능' 판정을 받은 의료 소견서가 제출됐으며, 탑승 시점에는 생존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동승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승객은 "휠체어에 실려 지나갈 때 이미 의식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며 "정상적인 비행이 가능한 상태로는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영상을 올린 승객도 "누가 봐도 위급해 보였는데 단순히 피곤하다는 설명만으로 탑승이 이뤄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 스페인 경찰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정확한 사망 경위와 시점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노인의 사망 이후 절차와 가족의 인지 여부 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