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선기자
"자연밥상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매운맛."
26일 농심의 한정판 제품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직접 조리해 시식했다. 농심이 신라면에서 국물을 과감히 덜어내고, 김치볶음이라는 한국적인 맛을 전면에 내세운 제품이다. 이 제품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마트 단독으로 판매되고 있다.
신라면 김치볶음면. 농심 제공.
면은 기존 신라면과 동일한 둥근 면을 사용했다. 여기에 참기름으로 볶은 김치 페이스트 액상소스, 김치 플레이크·청경채가 들어 있는 플레이크가 더해졌다. 국물 없이 비벼 먹는 볶음면이지만, 면의 질감과 매운맛 등에서 신라면의 정체성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조리 과정은 단순하다. 끓는 물에 면과 플레이크를 넣고 3분간 끓인 뒤 물을 모두 따라내고 액상소스를 넣어 비비면 완성된다. 마른 상태에서는 작아 보였던 건더기는 수분을 흡수하면서 눈에 띄게 부피가 커졌다. 소스를 붓는 순간 볶은 김치의 새콤 고소한 향이 퍼졌다. 액상소스는 비교적 묽은 편으로, 면과 고르게 섞이기 쉬웠다. 면발이 지나치게 굵지 않아 양념이 균일하게 배었고 끝까지 퍼지지 않았다. 볶음면에서 흔히 느껴지는 '뒤로 갈수록 뻑뻑해지는' 느낌도 거의 없었다.
신라면 김치볶음면. 임혜선 기자 제공.
한 젓가락을 입에 넣자 김치의 새콤한 감칠맛이 먼저 느껴졌다. 이어 매운맛, 단맛, 고소함이 차례로 입안을 채웠다. 분명 매콤한 편이다. 다만 매운맛의 강도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보다는 낮고, '신라면 볶음면'보다도 한층 완화된 수준이다. '불닭볶음면'이 강한 자극으로 대결한다면, '신라면 김치볶음면'은 익숙함을 무기로 삼았다.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소비자도 무리 없이 도전해볼 만한 맛이다.
특히 고소함은 이 제품의 숨은 요소다. 참기름과 비프오일이 매운맛을 받쳐주면서 자극이 오래 남기보다는 빠르게 정리됐다. 매운 음식을 먹고 난 뒤 속이 불편해지는 소비자라면 부담이 덜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반면 김치의 씹는 식감은 크지 않다. 김치를 씹는 경험을 기대했다면 아쉬움이 남는다. 김치 특유의 질감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총 내용량은 137g, 열량은 545㎉다. 나트륨 함량은 1450㎎으로 하루 권장량의 73%에 해당한다. 가격은 4봉지 멀티팩 기준 4880원이다.
신라면 김치볶음면. 임혜선 기자 제공
농심은 이 제품을 해외 소비자를 겨냥한 글로벌 시장용으로 선보였다. 내년부터 글로벌 주력 제품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최근 식품 업계에서 주목받는 '스와이시(Swicy)' 트렌드도 반영됐다. 단맛과 매운맛을 결합한 이 흐름은 외식 메뉴를 넘어 음료, 아이스크림 등으로 확산하며 외국인 소비자에게 새로운 미각 경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라면 김치볶음면은 외국인에게 비교적 친숙한 단맛과 한국식 매콤달콤한 맛을 조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불닭볶음면'이 도전적인 매운맛으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다면, '신라면 김치볶음면'은 넓은 소비층을 겨냥한다. 자극의 강도보다는 익숙한 맛의 조합으로 '처음 먹어도 거부감이 적은 매운 라면'을 표방한다. 한 번 먹고 끝나는 제품이라기보다는, 반복 소비를 염두에 둔 제품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