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준기자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6'은 한국 전자 업계의 주요 경영진이 직접 출격하는 공식 무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사의 새로운 수장을 앞세워 인공지능(AI) 시대 비전과 차세대 기술 전략 담은 미래 청사진을 공개할 방침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CES 개막 이틀 전인 내달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삼성 더 퍼스트룩' 행사에 대표 연사로 나선다. 노 시장은 지난달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정식 DX부문장에 선임됐고, 이후 처음으로 글로벌 무대에 오른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연합뉴스
더 퍼스트룩의 주제는 '당신의 AI 일상 동반자'다. 노 사장의 역할이 모바일 사업에서 TV·가전 등을 아우르는 DX 총괄로 확대된 뒤 처음으로 글로벌 파트너 앞에 서는 자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는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삼성전자가 나아갈 전사적 방침으로 'AI 드리븐 컴퍼니(AI Driven Company)'를 제시한 바 있다. 이번 CES에선 AI를 통해 고객의 경험을 혁신하는 것은 물론, 회사의 비즈니스 전환까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역시 새로운 수장이 데뷔 무대를 치른다. 류재철 최고경영자(CEO)는 내달 5일 'LG 월드 프리미어'에서 중장기 비전과 신제품 전략을 공개한다. CEO 선임 이후 첫 글로벌 일정이다. 그간 HS사업본부장으로서 LG전자의 생활가전 사업을 글로벌 정상 반열에 올려놓은 류 CEO는 지난 IFA 행사에서 북미·유럽 시장의 중요성을 직접 강조한 바 있다. 북미 지역에선 개별 제품이 아닌 '공간' 전체를 강조한 솔루션을 내세우는 한편, 기업간거래(B2B) 공략도 강화할 방침이다.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이번 CES는 단순한 신제품·신기술 공개를 넘어 한국 전자·IT 산업의 리더십과 전략 방향을 국제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새로운 수장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AI 전환기를 맞은 기업의 비전이 CEO의 메시지를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AI를 기능이나 제품이 아닌 전사적 전략으로 어떻게 녹일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한편 SK하이닉스 등 SK그룹은 CES 공식 전시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최태원 회장의 현장 방문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용기를 타고 라스베이거스로 이동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현장 방문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AI 회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역시 고객사 미팅 등 일정에 맞춰 CES 현장을 찾아 글로벌 AI 생태계 입지를 강화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 2013년 이후로는 CES 행사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있다. 대신 이재용 회장은 이달 중순 미국 뉴욕·텍사스·캘리포니아를 오가는 강행군을 통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리사 수 AMD CEO를 만나 반도체 협력 강화 등을 논의하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