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탄식 끝에 일본을 미리 조문'...115년 만에 공개된 안중근 유묵

1910년 중국 뤼순 감옥서 쓴 유묵
2000년 일본서 발견, 지난해 귀환

"긴 탄식 끝에 일본을 미리 조문한다."

안중근 의사가 순국을 앞두고 남긴 유묵 '장탄일성 선조일본(長歎一聲 先弔日本)'이 발견 25년, 귀환 1년 만에 국내에서 처음 공개됐다. 1910년 중국 뤼순 감옥에서 쓴 이 유묵은 경기도박물관 특별전 '동양지사 안중근, 통일이 독립이다'를 통해 관람객과 만난다.

안중근 의사가 1910년 중국 뤼순 감옥에서 쓴 유묵으로, 국내 공개는 115년 만에 처음이다. 경기도박물관 제공

명주천에 쓴 글씨는 세로 135.5㎝, 가로 41.5㎝ 크기로, 안 의사가 여순감옥을 관할하던 일본제국 관동도독부 고위 관료에게 건넨 것으로 전해진다. 왼쪽 하단에는 '1910년 3월 동양지사 대한국인 안중근, 여순 옥중에서 쓰다'는 의미의 문구가 한자로 남아 있다.

이 유묵은 김광만 KBS 다큐멘터리 PD(현 윤봉길의사기념센터장)가 2000년 일본에서 처음 발견했다. 소장자는 안 의사의 재판을 담당했던 만주 관동도독부 고위직 집안으로, 일본 사회 분위기상 오랫동안 유묵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겨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내 민간 탐사팀이 존재를 재확인했고, 반환 협상 과정에 경기도가 참여하면서 지난 8월 마침내 국내로 돌아왔다. 광복회 경기도지부가 경기도 민간자본보조금 24억원으로 매입했으며, 현재 경기도박물관이 위탁 보관하고 있다.

진본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이번 공개를 계기로 정리됐다. 전시 개막과 함께 열린 '안중근 통일평화포럼'에서 이희일 국제법과학감정원 원장은 "필기 습관과 필압, 획의 연결 방식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친필로 판단된다"며 "단지로 절단된 약지 흔적이 남은 왼손바닥 인장이 결정적 근거"라고 밝혔다.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은 "이 유묵은 '일제는 망한다'는 뜻의 조문을 담고 있고, 스스로를 '동양지사'라고 밝힌 유일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크다"며 "안 의사의 동양평화 사상이 응축된 상징적 자료"라고 평가했다.

전시는 유묵 공개에 그치지 않고 안중근 의사의 사상과 독립운동의 궤적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제국주의와 맞선 독립의 사상', '동양평화를 향한 꿈', '조문과 광복, 그리고 분단' 등 세 개의 흐름으로 구성해 시대적 맥락 속에서 그의 신념을 되짚는다. 명성황후의 '옥골빙심', 한용운의 '조선독립의 서', 김구의 '홍익인간' 등 근현대사의 정신을 담은 유물도 함께 선보인다.

특별전은 내년 4월5일까지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린다.

문화스포츠팀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