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취재본부 이병렬기자
논산시청 전경
방산업체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KDI)가 최근 경북 영주시와 투자협약을 체결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일부 지역 정치인 등이 '논산시 행정 실패'로 규정했다.
그러나 투자 흐름을 보면, 이 사안을 단순한 행정 문제로만 보기엔 무리가 있다.
지난해 11월 민주당 황명선 의원이 KDI 논산 공장을 '폭탄공장'으로 표현하며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시설이라고 비판해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확산됐다.
황 의원의 이 발언은 지역사회로 빠르게 확산됐고, '대량살상무기 생산도시'라는 자극적 프레임이 반복 재생산됐다. 공장의 실제 운영 내용이나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객관적 검증은 뒷전으로 밀렸다.
KDI는 논산시 양촌면에 공장을 준공하며 1차 투자를 완료한 기업이다. 이는 공식 투자협약에 따른 결과였고, 논산시의 유치 성과였다.
하지만 추가 투자와 사업 확장 국면에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기업 입장에서 대규모 추가 투자는 인허가 못지않게 지역 갈등 수준과 정치 환경의 안정성이 핵심 판단 기준이 된다.
취재 결과, KDI 내부에서는 논산 지역에서 이어진 정치·사회적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사업 확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유된 것으로 전해진다.
KDI는 재래식 무기 중심 구조에서 드론·AI·로봇 등 무인체계 분야로의 전환을 검토했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갖춘 영주시와 협약을 체결했다. KDI 측이 밝힌 '추가 투자를 위한 대안적 선택'이라는 설명은 이 같은 판단의 연장선에 있다.
아이러니 한 것은 '폭탄공장 반대'를 강하게 외치던 황 의원이, KDI의 드론·R&D 전환 구상에는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는 점이다.
강한 반대 프레임이 먼저 형성된 뒤 산업 전환 논의가 뒤따랐고, 그 사이 기업은 논산이 아닌 다른 지역을 선택했다.
이번 사안을 행정 실패로만 치환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비켜간다. 정치적 발언과 프레임이 지역 투자 환경을 어떻게 흔들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떤 선택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다.
행정의 책임을 묻기 전에, 갈등이 어떤 방식으로 증폭됐고 그 결과 지역이 어떤 기회를 놓쳤는지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