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CT 촬영 130번?'…불필요한 의료방사선, 암 발생 위험 높여

건보공단, 합리적 검사 이용 위해 이력조회 서비스 운영
CT 이용량 OECD 평균 2배 육박…'방사선 없는' MRI도 오해

우리 국민의 의료영상검사(CT) 이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를 기록할 만큼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의료방사선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이해도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의 성인 남녀 188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실시한 '의료영상촬영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87.8%가 의료방사선에 대해 '보거나 들은 적 있다'고 답했다. 지난 2023년 조사 때와 비교하면 의료방사선 용어 인지 여부는 6.3%포인트 상승했다.

또 CT 검사 시 의료방사선이 발생하는 점을 알고 있는지를 질문에는 82.8%가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고, 일반 X-ray의 경우 79.3%, 유방엑스선 검사의 경우 73.6%가 인지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71.4%는 여전히 MRI(자기공명영상)에서도 방사선이 발생한다고 오해하고 있었다. MRI는 방사선이 아닌 자기장을 이용한 검사로 방사선 노출이 없다. 의료방사선 이용 경험으로는 일반 X-ray가 91.8%로 가장 많았고, 이어 초음파 72.9%, 치과용 파노라마 60.7%, CT 58.8%, MRI 및 유방엑스선 43.6%, 위장·대장엑스선 투시 28.1%의 순이었다.

의료방사선에 노출되는 영상검사 이용량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건보공단이 분석한 'CT 이용 및 과다촬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CT 촬영 건수는 333.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OECD 평균인 177.9건보다 약 1.9배 높은 수치로, 회원국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또 최근 5년간(2020~2024년) CT 촬영 인원은 27.5% 증가했으나, 방사선 노출량이 위험 수준인 100mSv(밀리시버트)를 초과한 인원은 37.6% 급증해 전체 검사 증가율을 상회했다. 우리 국민의 연간 평균 피폭량은 2.1mSv로, 항공기 승무원(1.72mSv)의 피복량을 넘어서고 방사선 작업 종사자(0.28mSv)보다도 8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방사선방어학회(ICRP)는 방사선 피폭량이 100mSv를 초과할 경우 암 발생 위험은 0.5% 증가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조사에서 드러난 1년 동안 CT를 130회 촬영한 환자의 경우 약 234mSv의 방사선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방사선 작업 종사자 연평균 피폭량의 약 836배에 달하는 수치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복부 CT를 1회만 촬영해도 작업 종사자의 연평균 피폭량보다 24배 많은 방사선에 노출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에 건보공단은 국민들이 스스로 검사 이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The건강보험' 모바일 앱과 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CT 및 유방촬영 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방사선에 취약한 12세 미만 아동의 X-ray 촬영 이력까지 서비스 범위를 확대했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국민들이 불필요하게 의료방사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과다 노출의 위험성을 알리는 홍보를 강화하고 합리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험자로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바이오중기벤처부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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