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규기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이차전지 산업을 경기도의 전략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차전지 산업은 대한민국의 미래 최대 먹거리다. 세계 소비재 시장에서 원유시장(3300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3000조원)이다. 매년 1억대의 신차(평균 3000만원)가 출시된다는 가정 아래 추산한 수치다. 배터리 시장은 반도체의 메모리(300조원)와 비메모리(600조원) 시장을 합친 것보다 몇 배가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시장의 3분의1을 차지하는 메모리 시장에서 70%를 차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 강국이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대세이고, 중국이 가장 배터리를 잘 만든다는 '헛소리'들이 무차별적으로 뿌려지고 있지만, 진실의 기운은 숨길 수 없다.
대한민국은 1992년 LG화학이 처음 배터리 사업을 시작했다. 세계 1위라는 중국의 CATL이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9년이다. 17년의 차이가 난다. 배터리는 분체(가루) 기술이 중요하고, 이는 디지털 기술과 달리 하루아침에 넘볼 수 없는 기술적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세력들은 중국 배터리가 세계 최고인 양 찬양한다. 정신 차려야 한다.
올해 1~9월 세계 전기차 판매는 1690만대다. 이중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가 1030만대다. 세계 전기차 판매의 70%가 중국에서 팔렸다. 중국이 전기차에 가장 빨리 뛰어든 것은 내연기관 차, 특히 엔진에 대한 기술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연기관 차를 포기하고 전기차에 뛰어들었고, 중국 공산당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CATL이 중국 전기차 시장의 확대와 함께 성장한 것은 자명한 결과다.
문제는 앞으로다. 미국은 최근 마련한 NSS(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을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시키고, 성장을 지원한 게 잘못됐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철저히 중국을 견제하고 배제한다는 전략을 새로 마련했다. 배터리는 이보다 앞서 이미 중국산에 대해 베를린 장벽보다 높은 장벽이 쳐진 상태다. 미국에 중국산 배터리는 진입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유럽은 어떤가. 유럽 또한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과거 독일의 메르켈 총리(동독 공산당 출신)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밀월에 따라 유럽과 중국 간 관계에도 '크랙'이 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미 유럽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대 40%대의 관세를 매겼다.
세계 배터리는 한국이 최강자다. 국내에는 LG엔너지솔루션을 비롯해 삼성SDI, SK온 등 3개 회사가 있다. 중국은 CATL과 BYD가 있고, 일본은 파나소닉이 전부다. 기술력이나 미국과 유럽 내 공장 현황 등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과 일본업체들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세계 자동차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을 장악할 날이 머지않았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의 이차전지산업 육성계획 보고서 표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경과원의 이차전지 산업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과원은 보고서에서 이차전지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비하고 경기도가 차세대 이차전지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특히 전기차 캐즘 극복, 에너지저장장치(ESS) 활용 등 수요 증가 추세와 탄소중립 정책 강화 등 글로벌 배터리 산업과 시장 환경의 구조적 전환을 고려할 때 차세대 이차전지 산업의 혁신 허브 도약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경기도가 '차세대 K-배터리 글로벌 혁신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이차전지 산업거점 확보, 이차전지 특화 분야 기술 및 기업 경쟁력 강화, 산학연 협력 생태계 조성이라는 3대 추진전략을 제시했다.
또 3대 추진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이차전지 R&D 특화 클러스터 조성 ▲테스트베드 플랫폼 구축 ▲차세대 이차전지 인공지능(AI) 기반 기술 경쟁력 강화 ▲사용 후 배터리 기술 개발과 사업화 지원 ▲산학연 공동 연구개발과 실증 지원 확대 ▲이차전지 특화대학 연계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 운영 등 10개 핵심과제도 제안했다.
김현곤 경과원장은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둔화는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중요한 기회"라며 "경기도가 보유한 연구개발 역량과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도내 이차전지 분야 기술 경쟁력 제고를 뒷받침할 정책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현장의 애로 해결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