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전시 '박제, 시간을 기록하다' 전경
밀수꾼의 창고에서 범죄 증거물로 썩을 뻔했던 동물 박제들이 교실로 돌아온다. 한때 탐욕의 희생양이었던 호랑이 가죽과 상아는 이제 자연의 소중함을 증언하는 생생한 기록이 됐다.
국가유산청은 내년 5월 31일까지 대전 서구 천연기념물센터에서 자연유산 특별전 '박제, 시간을 기록하다'를 연다고 22일 밝혔다. 이현재 하남시장이 센터에 기증한 동물 표본 약 서른 점이 주인공이다. 불법 수집물이라는 낙인을 지우고 학술 가치를 지닌 '자산'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조명한다.
전시는 생명에서 출발해 경고와 다짐으로 이어진다. 도입부에서 조류와 포유류의 생태를 살핀 관람객은 곧이어 인간의 욕심이 할퀴고 간 흔적과 마주한다. 호랑이와 표범 가죽, 물소 뿔 등 위협받는 유산들의 처참한 모습은 보호의 절실함을 역설한다. 마지막은 관람객이 직접 '동물유산 지킴이'가 되겠노라 약속하며 메시지를 남기는 참여 공간으로 꾸며졌다.
국가유산청은 겨울방학을 맞아 풍성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오는 28일까지 도장 찍기 여행을 완주하거나 전시장 내 자연유산 트리 사진을 인증한 어린이 1400명에게 선착순으로 기념품을 준다. 내년 1월부터는 어린이 해설사가 또래의 눈높이에서 유산의 가치를 설명하는 장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