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정기자
김진영기자
금융당국이 코스닥 체질개선을 위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코스닥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코스피가 4000선을 넘어서는 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코스닥이 정부의 정책에 힘입어 '천스닥'에 올라설지 기대된다. 다만 과거에도 몇 차례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발표됐음에도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전철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존재한다.
지난 19일 금융위원회는 '코스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코스닥시장이 혁신기업의 성장플랫폼으로 거듭나도록 체질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코스닥본부의 독립성과 경쟁력 강화 및 인력 확충 등을 통해 코스닥 시장의 자체 혁신을 촉진하고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의 확립을 위해 상장심사 및 상장폐지 기준을 재설계한다. 또한 코스닥 시장의 기관투자가 유입 등 안정적 수요 기반을 확충하고 투자자 보호 강화를 통해 시장신뢰를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방안에서 기관투자가 유입을 위해 코스닥시장의 핵심 기관투자가인 코스닥벤처펀드의 세제혜택 한도를 확대하고 새롭게 도입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에 세제 혜택을 부여키로 했다. 또한 코스닥벤처펀드 공모주 우선 배정 비율도 25%에서 30%로 확대한다.
특히 연기금의 코스닥 참여유인을 제고하기 위해 기금운용 평가 시 기준 수익률에 코스닥 지수를 일정 비율 반영키로 했다.
이와 함께 다산다사 구조로 상장심사·상장폐지 제도를 재설계해 혁신기업의 원활한 상장과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우주산업 등 중요한 핵심 기술 분야에 대해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전면 도입한다.
또한 코스닥시장본부의 독립성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거래소 경영평가 시 코스닥본부 사업은 여타 본부와 별도로 독립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구조로 변경하는 한편 조직·인력을 확충하고 재배치해 한국거래소 내 유가증권시장과의 내부 경쟁 체계를 확고히 할 계획이다.
다만 코스닥시장의 독립성 강화나 기관투자가 유입을 위한 조치 등은 과거에 시행된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도 담겨있던 내용인 만큼 이번 방안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이 통합됐다가 통합 후 코스닥이 하위 시장으로 인식되는 등 부진하자 2013년에는 다시 코스닥의 독립성을 강화한다며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설치했다. 하지만 이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이번 방안에 다시 독립성을 강화하는 조치들이 포함됐다. 당시 개편안에도 코스닥을 유가증권시장과 경쟁하는 대등한 관계의 시장으로 육성하려는 의지를 담았다고 했지만, 이 의지는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 채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활성화 모멘텀은 지난 20년간 세 차례나 시도됐으나 결과는 늘 반짝 급등 후 장기 부진이었다"면서 "2005년 거래소 통합은 시장의 겉모습만 바꾸는 데 그쳤고 2013년 코넥스 개설은 수요 없는 공급만 늘렸으며 2018년 벤처펀드는 유동성을 메자닌(CB·BW) 시장으로 쏠리게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방안에 대해 계획대로 확실하게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스닥에 진짜 필요한 개혁은 좀비기업 퇴출 강화와 수요 기반 확충"이라며 "코스닥처럼 1년에 100개씩 상장하는 회사가 전 세계를 봐도 거의 없다.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취지 자체는 좋지만 해당 제도로 코스닥에 편입한 기업들 보면 월매출 3억원도 안 되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정작 투자할 만한 기업들은 몸집을 불려서 코스피로 이전상장하고 투자하기 꺼려지는 좀비기업들은 퇴출되지 않고 시장에 남아 있으니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국이 퇴출 요건을 강화했지만 막상 일이 닥치면 생각했던 것만큼 퇴출을 못 시킬 수 있다. 퇴출은 회사에도 문제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도 내가 가진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소송전으로 번져 퇴출이 질질 끌릴 수 있다. 당국과 거래소가 세웠던 원칙과 기준대로 좀비기업 퇴출을 제대로 적시에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이 기술특례상장기업, 이익미실현기업 등 특례상장 기업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확대를 위해 특례상장 기업에 적용되는 상장폐지 면제 특례를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조건부로 변경키로 한 가운데 기업들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도 필요하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당장 단기적으로 해볼 수 있는 것은 밸류업 공시, 즉 기업들이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특히 AI, 바이오처럼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에 대한 펀더멘털 정보, 임상 전망 정보를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와 거래소 차원에서 코스닥 상장사들의 밸류업 공시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수합병(M&A) 시장이나 장외시장의 활성화도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자본시장 엑시트의 90% 이상이 코스닥 상장을 통해 이뤄진다. M&A를 통한 엑시트는 10%도 안 된다. 미국과 완전히 반대의 구조"라면서 "미국은 신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이 나타나면 대기업들이 앞다퉈 인수에 나선다. 그래봐야 살아남는 벤처는 1~2개지만 수익화에 성공하면 회사 가치가 오르고 그에 따른 리스크도 대기업이 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툭하면 상장을 해버리기 때문에 벤처 투자의 리스크를 투자자들이 진다. 대부분 개인이다. 벤처, 신기술에 대한 전문지식도 없고 위험 분산 능력도 없는 개인이 상장 리스크를 지는 시장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도 "나스닥은 정크본드 시장, 세컨드마켓 등 기업공개(IPO) 외에도 자금조달 창구가 다양하게 활성화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IPO라는 단일 창구를 중심으로 자금 조달, 회수 시스템이 돌아가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K-OTC와 같은 장외지분거래 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시장 참여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