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작고 귀여운 이거 뭐지?…'절대 만지면 안돼, 죽을 수도'

물리면 마비·호흡장애 유발해 생명 위협
전문가 "야생 해양 생물, 손대지 말아야"

앙증맞고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는 외형이 오히려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해외 휴양지의 평온한 바다에서 무심코 손을 뻗은 행동이 자칫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뻔한 사례가 전해지며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인도 매체 NDTV는 필리핀 해안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영국인 관광객 앤디 맥코넬의 아찔한 경험을 소개했다.

영국의 한 관광객이 필리핀 해변에서 발견한 맹독성 문어를 손에 올린 위험천만한 모습을 SNS에 공유했다가 누리꾼의 도움으로 생명의 위협을 피했다. 피플닷컴

그는 수심이 얕은 바다에서 작은 문어 한 마리를 발견했다. 크기도 작고 특별히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탓에 별다른 의심 없이 손으로 들어 올렸고, 당시 상황을 촬영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했다. 그러나 이 평범해 보였던 영상은 곧 온라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이 해당 생물이 치명적인 독을 지닌 '파란고리문어'라는 사실을 알아보고 잇따라 경고에 나선 것이다.

파란고리문어는 작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독을 지닌 해양 생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BBC에 따르면, 이 문어는 주로 호주와 일본 사이 해역에 서식하며, 위협을 느끼는 순간 몸빛이 노란색으로 변하고 파란색과 검은색 고리 무늬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화려한 색 변화는 경고 신호지만, 이를 알아차리기 전에 접촉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문어의 독에는 테트로도톡신(TTX)이라는 강력한 신경독이 포함돼 있다. 이는 청산가리보다 수백에서 수천 배에 달하는 독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맨손으로 만지다 물릴 경우 신체 마비를 비롯해 구토, 호흡곤란, 심한 경우 심장마비까지 유발할 수 있다. 점액과 먹물에도 독성 물질이 포함돼 있어 직접적인 접촉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 특히 물렸을 때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지적된다.

파란고리문어는 원래 호주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스리랑카 등 남태평양의 아열대 해역에 주로 서식해 왔다. 그러나 2012년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된 이후 제주를 비롯해 여수, 거제, 기장, 부산, 울산 등 남해안과 동해 남부 해역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전문가들은 외형이 작고 평범해 보인다는 이유로 야생 해양 생물을 만지는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휴양지의 얕은 바다나 갯바위, 해변에서 마주치는 생물일수록 예상치 못한 독성을 지니고 있을 수 있으며, 직접 만지거나 들어 올리는 행동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이처럼 파란고리문어는 작은 크기와 달리 치명적인 위험을 품고 있지만, 문제는 이런 생물이 더는 다른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파란고리문어는 원래 호주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스리랑카 등 남태평양의 아열대 해역에 주로 서식해 왔다. 그러나 2012년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된 이후 제주를 비롯해 여수, 거제, 기장, 부산, 울산 등 남해안과 동해 남부 해역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파란고리문어와 같은 아열대 해양 생물이 한반도 해역까지 발견되는 현상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의 결과다.

이슈&트렌드팀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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