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본사 있는 미국 델라웨어, 기업들의 천국이 된 이유 [뉴스설참]

인구보다 법인 수 2배 더 많아
기업 활동에 유리한 조세 매력적
기업 분쟁 전문 형평법원도 장점

편집자주'설참'. 자세한 내용은 설명을 참고해달라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다. [뉴스설참]에서는 뉴스 속 팩트 체크가 필요한 부분,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콕 짚어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쿠팡 본사가 있는 미국 델라웨어주는 친기업적인 규제 환경과 기업 분쟁 재판에 특화된 형평법원으로 법인 설립의 요충지로 통한다. 네이버, 현대차,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유수 대기업도 델라웨어에 미국 법인을 두고 있으며, 글로벌 대기업 수백만개가 입주한 곳도 델라웨어다.

인구보다 기업이 2배 더 많은 법인 천국

"등록 법인 200만개, 포천 선정 글로벌 500대 대기업 중 67.6% 입주."

델라웨어 주정부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법인 현황이다. 델라웨어는 전체 인구(105만명·2024년 기준)보다 법인이 두 배 더 많은 지역으로, 미국에서 기업 천국으로 손꼽힌다.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상업 단지. 윌밍턴 공식 홈페이지

델라웨어에 법인을 두면 세법상 다른 미국 지역보다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세법 연구기관 '택스 파운데이션'에 따르면 올해 기준 델라웨어의 법인세는 8.7%. 플로리다(5.5%), 조지아(5.39%) 등 일부 주보다는 높지만, 판매세가 '제로(0)'다. 기업이 주 밖에서 거둔 매출에 대해서도 세금이 없다. 미국 내 여러 지역은 물론 국제적으로 사업을 펼치는 기업 입장에선 델라웨어에 법인을 두는 게 세금 측면에서 유리하다.

이 때문에 많은 미국 글로벌 회사들은 델라웨어에 법인을 세워 세금을 절약한다. 우리 기업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2022년 미국 기업 '포쉬마크'를 인수할 때 특수목적법인(SPC)을 델라웨어에 세워 세금을 아낄 수 있었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인 포쉬마크는 캘리포니아주에 주력 사업장이 있지만 법인 등기 소재지는 델라웨어다.

델라웨어의 또 다른 장점은 미국 내 유일무이한 형평법원(Court of Chancery·코트 오브 챈서리)가 있다는 점이다. 델라웨어 형평법원의 역사는 미국 독립혁명 직후인 179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델라웨어주 곳곳에 설립된 형평법원. 델라웨어주 공식 홈페이지

형평법원은 원래 일반 법원이 제공하지 못하는 민사 영역의 구제책을 제공하는 역할이었으나, 현재는 기업법 관련 재판에 특화된 기관으로 변모했다. ▲배심원 없이 전문적인 판사가 재판을 전담해 예측 가능성이 높고 ▲금전적 손해배상에 관련한 실질적인 구제책을 제공하며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는 이사의 충실 의무, 기업 인수합병(M&A) 관련 재판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이에 대해 델라웨어 주정부는 "우리의 목표는 기업 친화적, 주주 친화적인 사법 체계가 아니라, 경영진과 투자자, 윤리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 최적화된 제도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델라웨어의 판사들은 공정하고, 특정한 이권에 연루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기업들 많이 유치해 법인세, 프랜차이즈세로 인프라 유지

기업들은 델라웨어에 법인을 세워 비용을 아끼고 경영활동에 편의를 볼 수 있고, 델라웨어 주 정부는 많은 기업을 유치하면서 이들로부터 걷는 세금을 핵심 수입원으로 삼는다. 델라웨어 회사법은 기업에 법인세와는 별도로 '프랜차이즈세(Franchise Tax)'를 부과한다. 이 세금은 법인의 성질, 규모 등에 따라 최소 175달러부터 최대 25만달러로 나뉘는데, 글로벌 법인이 델라웨어의 우수한 법인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로 내는 것이다.

지난 5월 공개된 델라웨어 주의회의 예상 세입 자료를 보면, 내년까지 약 18억달러의 프랜차이즈세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 소득세(약 25억달러) 다음으로 높은 델라웨어 세입 항목으로, 전체 주 세입(약 68억달러)의 26% 비중을 차지한다. 델라웨어는 기업들이 납부하는 프랜차이즈세, 법인세를 통해 공공 서비스와 각종 기반 시설을 원할히 유지한다.

기획취재부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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