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내년 5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유럽 국가대항 가요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2026'(이하 유로비전)에 이스라엘이 참가하면서 4개국이 보이콧을 선언했다.
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방송연합(EBU)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총회를 열고 "내년 유로비전에 참가를 희망하고 새 규정을 준수하는 데 동의한 모든 회원사가 참가 자격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대다수 회원사가 참가 여부에 대한 추가 투표가 필요 없다는 데 동의했다"며 당초 예상과 달리 이스라엘의 출전 여부는 표결하지 않았다.
지난달 1일(현지시간)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아일랜드 공영방송 RTE(Radio Telefis Eireann) 스튜디오 밖에서 깃발과 현수막을 들고 있다. 시위대는 이스라엘이 참가할 경우 2026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를 보이콧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스페인 공영방송 RTVE와 아일랜드 RTE, 네덜란드 아브로트로스(AVROTROS), 슬로베니아 RTV는 총회 직후 내년 대회 불참을 선언했다. RTE는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끔찍한 인명 피해와 수많은 민간인을 위협하는 인도적 위기를 고려할 때 이스라엘의 참가는 양심에 어긋난다"며 "내년 대회는 중계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956년 시작한 유로비전은 EBU에 속한 56개 방송사가 자국 가수를 국가대표로 내보내 우승자를 뽑는 국제 음악 경연 대회다. 올해 오스트리아 가수 JJ(본명 요하네스 피에치)가 우승하면서 내년 대회는 빈에서 열리게 됐다.
이스라엘 참가 논란은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매년 발생했다. 일부 국가에서 이스라엘의 출전을 막으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BU는 회원사 불만이 커지자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KAN)에 대회 출전을 일시적으로 포기하거나 국기 대신 방송사 깃발을 내걸고 출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
이스라엘은 또 다른 논란도 낳았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이스라엘 가수 에덴 골란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을 연상시키는 곡으로 출전하려다가 정치적 중립을 어겼다는 지적에 제목과 가사를 바꿨다. 올해는 이스라엘 대표 유발 라파엘이 시청자 투표에서 몰표를 받아 조작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보이콧을 선언한 4개국 이외에 아이슬란드·벨기에·핀란드·스웨덴 방송사도 앞서 이스라엘 배제를 요구한 바 있다. 반면 이스라엘 우방국 독일은 대회에서 이스라엘을 빼면 불참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한편, 이날 EBU 총회 결정에 대해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다시 한번 유로비전에 참가하게 돼 기쁘다"며 "이스라엘은 전 세계 모든 무대에 오를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