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모기자
직장인들 사이에서 점심 한 끼에 대한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최근 외식 물가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점심식사 비용이 사실상 '1만원 시대'에 도달했고, 이에 따라 직장인들의 점심 선택과 소비 행태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지출이 늘어난 수준을 넘어 점심시간을 보내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5일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이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들은 점심 한 끼에 평균 9000~1만원가량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직장인들이 '적당하다'고 여겼던 4000~6000원대에서 크게 오른 수치로, 물가 상승률을 넘어선 외식비 강세가 장기간 이어진 영향을 반영한다.
비용 상승은 점심식사 선택의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조사에서는 간편식·도시락·샐러드 등 외식 대체 메뉴를 택하는 직장인 비중이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편의점 도시락이나 간단한 샌드위치·컵라면 등 '가성비 메뉴'의 선택률이 높아졌으며, 영양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 층에서는 샐러드나 밀 프렙(Meal Prep) 제품이 확산하고 있다. 기업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직장인은 상대적으로 꾸준한 식사 패턴을 보였지만 구내식당이 없는 중소기업 직장인의 경우 가격 민감도가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보내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응답자의 59.1%가 "점심시간이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소중한 휴식 시간"이라고 답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시간·비용 제약이 커지면서 여유로운 점심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응답자가 73.9%에 달했다. 실제로 혼자 식사하는 '혼밥' 비중이 증가했으며, 특히 20~30대 직장인과 막 입사한 주니어 직급에서 이러한 경향이 더 두드러졌다. 복잡한 식당을 피하고 편의점이나 사무실 주변에서 빠르게 식사하는 '속전속결형 점심'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점심값 상승은 직장인의 소비패턴뿐 아니라 전반적인 업무 만족도와 조직 문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외식비 상승이 지속되면 '점심식사 지원금 확대' '구내식당 품질 개선' 등 복지형 비용 지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최근 점심 식대 지원금을 인상하거나 식권 제공 방식을 확대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여전히 중요한 '일상의 중간 지점'으로 평가했다. 충분한 휴식과 적정 비용, 균형 잡힌 식사가 확보될 때 업무 효율도 높아진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가격 부담이 더 커질 경우 점심식사의 기본 가치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식비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 끼 1만원 시대'라는 전환점은 단순한 물가 상승이 아닌 직장인의 생활방식·소비구조·업무문화 전반을 뒤흔드는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