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환기자
소방청이 신속한 재난 대응을 위해 내년 '실전형 연구개발(R&D)'에 503억원을 투입한다. 올해보다 65% 늘어난 수준으로, 소방관의 마음건강 관리를 위한 예산도 50억원 가까이 배정했다.
9일 소방청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소방관 안전 강화를 위한 소방청 주요 정책'을 내놨다.
연합뉴스
이날 대책은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 보호와 소방대원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대응체계 구축을 강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우선 국민의 일상과 재난 현장에서 즉시 작동하는 '실전형 연구개발'에 나선다. 소방청은 2026년 소방 R&D 예산을 전년대비 64.9% 늘린 503억원으로 확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자체 연구 역량을 강화한다. 전기버스 등 대용량 배터리 화재 대응기술 개발과 산사태·싱크홀 등 자연재난 현장에서의 신속한 대응을 위한 구조·탐색 장비 및 소방대원 개인보호장구 개발에 속도를 낸다.
'2026~2030년 소방 R&D 기본계획'을 연내 수립해 급변하는 재난환경과 국민 안전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비한다. 지난 8월 국방부·방위사업청과 협력해 근력강화 슈트, 무인 수중 탐색 선박, 플라즈마 살균기 등 10종의 첨단 국방기술 현장 실사를 완료했으며 이를 소방 현장에 적용 가능한 과제로 전환해 2027년 사업화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총괄하는 '국방-소방 R&D 기술협의체'도 출범해 국방과학연구소·국립소방연구원 등이 긴밀히 협력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국방-소방 간 연구 수요와 계획을 상호 공유하고 공동 연구개발을 활성화해 국가 재정의 효율성과 현장 활용성을 함께 높이기로 했다.
국내 소방산업 성장과 수출 연계 강화에도 나선다. 연구성과물이 현장에서 곧바로 쓰일 수 있도록 '기술사업화 연구제도'를 도입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성과물이 혁신제품으로 지정돼 공공조달 시장에 신속히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재난 현장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소방공무원들을 위한 지원책도 포함됐다. 지난해 기준 소방공무원의 연간 출동 건수는 총 535만건으로 하루 1만4000여건의 재난 현장에 출동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부담은 매우 크다. 이에 소방청은 2026년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지원 예산을 전년대비 8% 증액한 총 51억원으로 확정했다. 이중 마음건강 관련 예산은 총예산의 94%인 48억원에 달한다. 소방청은 이를 기반으로 '찾아가는 상담실' 상담사 인력을 146명으로 확대하고 단계적인 충원을 통해 '1소방서 1상담사' 체계를 구축한다.
이밖에 내년 6월 정식 개원을 앞둔 국립소방병원에는 정신건강센터를 설치해 전문적인 대원들의 트라우마 회복과 정신건강 증진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공무상 재해 입증 지원과 보상 전담팀 활동도 강화해 대원들이 정신건강 문제로 요양을 신청할 때 입증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허석곤 소방청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다가올 재난 환경 변화에 과학적으로 대비할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 보호와 현장에서 헌신하는 소방대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